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00년 구찌 “우린 아직 사춘기… 끊임없이 젊어져야”

입력 | 2022-03-28 03:00:00

‘서울 아키타이프’ 전시 2주 연장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화려한 모니터들로 가득한 첫 번째 전시공간 ‘컨트롤 룸’이 등장한다. 이곳에서는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지난 7년간 선보인 광고 캠페인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구찌 전시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진행된다. 구찌코리아 제공


구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게 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를 2주 연장했다. 원래 27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개막일(4일)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고 “전시를 연장해 달라”는 관객 요청도 쇄도했기 때문이다. 분홍색으로 도배한 전시장 입구와 구찌 핸드백 200개가 거울에 비친 전시공간은 MZ세대의 SNS 성지가 됐다.

구찌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규모 멀티미디어 전시를 개최한 이유는 이른바 ‘구찌 덕후’를 양산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정체성을 오감으로 각인시킨 관객 몰입형 전시로 젊은 소비자들의 팬덤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 시장 공들이는 구찌

이번 전시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사진)가 7년간 보여준 각종 광고캠페인을 공간, 영상, 음악, 향기 등 오감으로 표현했다. 왕관과 구찌 핸드백,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가득 채운 전시공간은 마치 대저택 파티에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달 초 가진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미켈레는 “구찌는 단순히 신발에 붙어있는 마크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분이자 아름다운 장소”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구찌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진행되는 상설전을 제외하면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 5개 핵심 지역에서만 순차 개최됐다. 그만큼 구찌가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명품 시장에서 아시아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유럽·미국 명품시장은 줄어드는 반면 아시아는 글로벌 명품소비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돼 서구권을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피날레’ 개최지이자 전시 규모로는 중국과 동급인 최대 규모다. 구찌는 연초 ‘설날 캡슐 컬렉션’을 국내 단독 출시하고 28일 고급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를 전 세계 4번째로 선보이는 등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은 141억6500만 달러(약 17조 원) 규모로 전 세계 7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젊은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데다 서울이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심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미켈레 역시 “한국은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라며 관심을 보였다.


○ MZ세대 겨냥, 끊임없이 젊어지는 명품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전시는 구찌의 핵심 고객이자 경험소비를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했다. 2015년 구찌에 합류한 미켈레는 과거 구찌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한 젊고 자유분방한 디자인으로 구찌를 MZ세대 명품 아이콘으로 부상시켰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MZ세대는 글로벌 명품 소비의 63%를 차지하며 2019년(44%) 대비 큰 폭 성장했다. 2025년에는 비중이 70%까지 오를 전망이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구찌는 메타버스 전시도 동시 개최했다. DDP 전시공간 13개 중 9개를 제페토에서 구현했고 옷, 핸드백 등 가상 제품 16종을 판매한다. 메타버스는 2주 남짓 만에 누적 방문객 63만 명, 가상 제품 판매 9만 개를 넘어섰다. 미켈레는 “브랜드 탄생 후 100년이 흘렀지만 구찌는 아직 사춘기”라며 “영원히 젊음을 간직해야 하고 그 몫이 나와 젊은 직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