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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문병기]‘바이든식 매파’ 전략, 북 도발에 효과 있나

입력 | 2022-03-28 03:00:00

러시아에 ‘단계적 맞대응’ 강경책 美
러와 달리 고립 북한, 제재 카드 한계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제재(자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저지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전쟁을) 억제하지 못했는데 무엇으로 푸틴 대통령이 달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은 나와 게임을 하려 하는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 유지를 통해 고통을 증가시켜야 하고, (특히) 제재가 올해 내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푸틴을 막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고사(枯死)시키려면 제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군 개입을 일축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에 이어 학살자로 규정하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비유하는 등 갈수록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러시아가 이미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2014년 이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 독립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줄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의 출구전략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선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대응을 두고 ‘바이든식 매파(hawkish·강경파)’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체첸 전쟁을 시작으로 2008년 조지아, 2015년 시리아에 이어 올해 우크라이나까지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미국과 유럽은 그때마다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양보를 택했다. 갈등을 피하려는 온건파 전략이 푸틴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어 위기 규모를 확대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매드맨’ 전략을 취하게 한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식 매파 전략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러시아와의 외교 채널을 닫고, 러시아가 군사행동의 수위를 높일 때마다 추가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전형적인 ‘팃포탯(맞대응)’ 전략을 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믿을 구석’인 중국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부과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바이든식 매파 전략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선언한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조짐이다.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경고를 보낸 바이든 행정부는 올 들어선 북한의 주요 도발 때마다 자체 제재를 부과하며 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북한의 신형 ICBM 체제 실험에 대한 첩보를 사전에 공개하고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도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과 판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푸틴 대통령처럼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이며 요구조건을 올려왔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에 러시아와 달리 북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만한 제재 카드가 있느냐다. 러시아와 달리 이미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고립된 북한엔 정권을 흔들 만한 유효한 제재 카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한 워싱턴 외교 관계자는 “이제 북한에 쓸 만한 제재 카드는 원유공급 축소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이마저 중국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시 현실화되고 있는 북핵 위기 속에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맞대응으로 첫 수를 놨다. 하지만 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북한을 되돌려 놓긴 역부족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제2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란 평가를 뒤집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무기력하다는 평가도 반전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