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목표를 향해 잘 가동될 수 있도록 하려면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어떤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이때 관계가 ‘갈등-협업 스펙트럼’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스펙트럼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갈등, 경쟁, 독립, 협력, 협업이다.
갈등 관계에서 상대방은 내게 필요한 것을 노골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한쪽이 승진 등 원하는 보상을 얻고 다른 쪽이 잃으면 끝나는 제로섬 관계다. A와 B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A는 몇 달 동안 한 잠재고객에게 공을 들이고 있었다. A는 자신이 이미 작업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B가 이 고객을 차지하려 한다는 사실을 후배 직원에게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A가 이 상황을 모른 체 한다면 B는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다. 다른 동료와 부하직원들이 손놓고 뺏기는 A를 우습게 볼 수도 있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은 혼자 경쟁자를 상대하지 말고 아군을 확보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다.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도 반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경쟁 관계는 직원들의 성과를 비교 평가해 급여와 기회를 주기적으로 배분하는 직장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모두 같은 것을 바라지만 공급이 제한된 경우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 맡은 C와 D를 살펴보자. 임무의 성패는 이들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C는 협력하고 싶지만 D는 상황이 어려울 때 동료의 뒤통수를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D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때 C는 몇 가지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우려를 표하면 D는 아직 아무 행동도 안 했기 때문에 C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냥 선의로만 대한다면 좋은 결과를 D가 모두 차지해버릴 수 있다. 이럴 때는 나의 목표와 경쟁자의 목표 사이에 양립할 수 있는 부분과 그럴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최소화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을 높이기 위해 힘써야 한다. 예컨대 여러 부서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내용을 검토해서 조언을 주는 등 개입하게 한다거나 C와 D 중 어느 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게 할 수 있다.
협력 관계에서 나와 상대방은 주요 이해관계를 공유하지만 별개의 관심사도 갖는다. 이해가 일치하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그렇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경쟁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기업 고객용 자료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E와 F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함께 연구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이 보고서가 관심을 끌고 새로운 구독자가 유입된다면 두 사람과 회사 모두 이익을 볼 것이다. 이 관계에서의 위험은 상황의 변화다. 예컨대 E가 다른 직무를 맡으면서 F와의 공동 작업에 이전처럼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경우다. 이런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E와 F는 프로젝트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이유들을 미리 정해두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미리 알려주기로 약속할 수 있다.
협업 관계는 두 당사자가 주요 이해관계를 많이 공유하면서 관계에 적극 투자하는 상황에서 생긴다. G와 H는 각각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선발돼 두 회사 공통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업무를 맡았다. 둘 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면서 회사에 기여도 할 수 있는 업무였다. 협업 관계는 상호 간에 가장 큰 이익을 약속하지만 서로의 자원이 뒤섞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바뀌면 갈라서기가 제일 힘들다. G와 H는 처음부터 그들 각자와 회사가 프로젝트에 약속한 노력에 얼마나 힘쓸지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한 회사는 접기 바라는데 다른 회사는 계속 하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직장에서 다양한 관계에 놓인다. 각각의 관계를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이때 해당 관계가 스펙트럼의 어디에 놓여 있는지 먼저 확인하면 좋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22년 3∼4월호에 실린 ‘동료와 언제 협력하고 언제 경쟁할 것인가’를 요약한 것입니다.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