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영 강원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실로 막중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와 수도권 집중화가 불러온 지역소멸의 위기 해결은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은 교육균형발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전국 324개에 달하는 일반대와 전문대 가운데 60%를 넘는 대학이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 많은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교육·연구 인프라가 마련돼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대학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적·물적·문화적 자산이자 지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대학의 수가 우리의 2배가 넘는 75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을 넘는 대학들이 입학정원 5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지역대학이다. 이러한 소규모 대학이 지역에 건재할 수 있는 것은 각 대학들이 상경계, 의료·보건, 복지, 공학 등 특성화된 교육과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학 운영비 일부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해 온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허브를 일군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과 스웨덴 말뫼대학의 사례도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한 지역대학이다.
교육은 국가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사회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거점국립대는 지역의 주력산업과 미래 전략산업 분야를 특성화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는 학부생 교육과 직업·평생교육, 문화예술에 특화된 ‘강소(强小)대학’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연계된 시스템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역혁신 플랫폼’은 지역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유럽의 16개국은 대학 무상교육을 통해 지역 내 우수인재 양성과 정착,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약 2000조 원 규모의 ‘미국 가족 플랜’을 발표하면서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공립대학)’의 무상교육 확대를 제시했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미국 전역에 1200여 개 설치돼 있으며, 국가균형발전과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출발을 맞이하는 2022년이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