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서 발화… “방화 가능성은 낮아” 주민들 “화재경보 안 울려 대피늦어”
검게 그을린 아파트 화재 현장 26일 낮 12시 34분경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파트 주민 약 60명은 대피했다. 뉴스1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0대 여성이 숨졌다. 주민들은 화재 당시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아 대피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화재가 난 층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27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34분경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 7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대 여성 A 씨가 사망했다. 화재 당시 남편 등 다른 가족은 외출 중이었고, A 씨 혼자 집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A 씨 집 주방에서 시작돼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7일 실시한 1차 합동 감식에서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구두 의견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인화성 물질이 불에 탄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29일 진행될 2차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이 났을 당시 화재 경보 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5층에 사는 한 주민은 “경보가 울리지 않아 잠옷만 입고 밖으로 급하게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7층에 사는 김인건 씨(44)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윗집 주민과 함께 불이 난 집에 소화전으로 물을 뿌렸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는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법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준공된 11층 이상 아파트는 건물 전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2000년에 완공돼 전 층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경보가 울리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