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폭파쇼… 1, 2번 갱도 못써 갱도 95% 남아있고 핵실험 안한 3번 갱도로 통하는 지름길 작업 이르면 한달 정도면 복구 끝날수도” ICBM 이어 핵 모라토리엄 파기… 새 정부 출발전 ‘벼랑끝 전술’ 우려
북한이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도발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을 파기한 데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에라도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유력한 징후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에 핵·ICBM 모라토리엄을 완전히 무시하는 ‘벼랑 끝 전술’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번 갱도 통하는 ‘지름길’ 뚫어 공사기간 단축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2018년 5월 외신을 초청해 ‘폭파 이벤트’를 연출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에서 새로운 통로를 굴착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폭파로 무너져 내린 갱도 입구와 진입로를 보수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향하는 지름길을 뚫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 앞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3번 갱도의 입구 쪽에서 다수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복구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이를 중단하고 갱도의 옆 방향에서 새 통로를 굴착하는 움직임이 정찰위성 등에 잡혔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은 단기간에 갱도 복구를 완료해 핵실험 태세를 갖추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작업 속도로 볼 때 빠르면 한 달 정도면 복구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김일성 생일(4월 15일)이나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전후로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핵·ICBM ‘시간차 도발’ 강행 가능성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총 4개의 갱도가 있다. 이 중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후 폐쇄됐고, 2번 갱도는 2017년 6차 핵실험 여파로 거의 완파돼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3, 4번 갱도는 95% 이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두 갱도의 가장 안쪽에 있는 기폭실이 전혀 손상되지 않아서 복구 후 계측장비만 갖다 놓으면 언제라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1, 2번 갱도는 현실적으로 다시 살리기 어렵고 3, 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북한이) 다시 보수해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보당국도 2km 구간 남짓한 3, 4번 갱도 중 어느 곳이라도 재건 작업만 하면 최대 2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의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왔다. 역대 북한의 가장 강력한 핵실험은 수소폭탄을 이용한 6차 핵실험(약 150kt 안팎)이었다.
북한이 과거에도 1∼2개월 간격을 두고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7차 핵실험이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7형을 쏜 것이 7차 핵실험의 예고편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2012년 은하 3호(장거리 로켓) 발사 두 달 만에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16년엔 4차 핵실험 한 달 만에 광명성호(장거리 로켓)를 쏜 전례가 있다. 장거리 로켓과 ICBM은 기반기술이 같아 언제든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풍계리에서 김 위원장이 작년 초 개발을 지시한 전술핵탄두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괴물 ICBM’으로 미국 본토 타격 위협을 과시한 데 이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단거리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완성해 대남(對南) 핵타격 위협까지 실증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까지 치달았던 5년 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