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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하이, 코로나 확산에 전면봉쇄…“방해하면 책임 추궁”

입력 | 2022-03-28 12:56:00


‘중국의 경제 수도’라고 불리는 상하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7일 밤 전격 봉쇄에 돌입했다. 하지만 상하이시 방역 당국은 전날까지 기자회견을 통해 봉쇄 불가 입장을 밝힌바 있어 사실상 시민들을 속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밤 상하이시 정부는 위챗(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상하이시를 가로 지르는 황푸(黃浦)강을 기준으로 도시를 동쪽(푸동)과 서쪽(푸시)으로 나눠 순차 봉쇄한 뒤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봉쇄는 푸동 지역의 경우 28일 오전부터 4일 간, 푸시 지역은 다음달 1일부터 4일 간 이뤄진다.

상하이시 당국의 발표와 동시에 버스와 지하철, 택시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봉쇄 기간 동안 해당구역 내 시민들은 집안에만 머물러야 하고 개인 소유 차량을 포함해 이동이 제한된다. 상하이시는 물, 전기, 연료, 가스, 통신 등 도시 운영에 필요한 핵심 공공 서비스 관련 업체를 제외하고 봉쇄 지역 내 모든 기업에 대해 재택근무를 하도록 명령했다. 상하이시는 발표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대중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정책을 방해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상하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나온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상하이는 누적 확진자 400여 명으로 상대적으로 방역 모범도시로 꼽혀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21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896명을 기록하더니, 24일 1582명, 25일 2269명, 26일에는 2678명까지 증가했다. 상하이 봉쇄 발표 당일(27일)에는 3000명을 넘어 3500명을 기록했다. 27일 하루 동안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6215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상하이에서 나타난 셈이다. 상하이시가 전격적으로 봉쇄 방침을 결정한 것도 27일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하이시 당국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상하이에 봉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사실상 시민들을 속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홍후이(顧洪輝·59) 상하이시정부 부비서장(사무부총장 격) 겸 방역통제 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상하이에서 발생하는 감염자의 90%가 ‘무증상 감염자’”라면서 “방역통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하이의 도시 봉쇄는 없을 것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시 당국의 이 같은 입장은 봉쇄 발표 전날인 26일에도 재차 확인됐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판(吳凡·54) 상하이시 방역통제 영도소조 전문가 위원 겸 푸단대 상하이의학원 부원장은 “상하이는 상하이 시민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상하이를 봉쇄하면 중국 전체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 대승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도시 봉쇄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상하이시 당국은 다음날 밤 기습적으로 도시 봉쇄를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얼마 전 ‘상하이 봉쇄설’이 퍼지면서 일부 대형 마트에서 사재기 현상 등이 나타났던 점 때문에 시 당국이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기자회견으로 시민들을 속이고 봉쇄를 진행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봉쇄 결정 발표가 밤중에 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번 상하이 봉쇄로 중국과 세계 경제에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은 이미 28일 생산 중단을 결정했고, 언제까지 이 방침을 이어갈지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지난해 전기차 생산량의 50% 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대규모 라인이다.

상하이에는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제조공장도 운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아직 조업중단 여부를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공장 운영에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 봉쇄가 길어질 경우 반도체 대란을 비롯해 공급망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달 초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광둥성 선전시가 봉쇄됐을 당시 애플 아이폰의 주요 생산업체인 폭스콘을 포함한 제조공장이 일주일 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