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동아일보DB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022년 시즌 개막(다음달 2일)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팬 퍼스트’(Fan First)를 강조했다.
허 총재는 28일 선수단에 원고지 8장 분량으로 취임 인사를 전하면서 “(2022년은) KBO리그가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계속해서 침체되느냐 하는 기로에 선 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야구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이 많아진 만큼 우리는 팬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담대하게 해나가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20대 이하(18~29세) 가운데서는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18%만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내 응원팀은 KIA”라는 말을 듣고 ‘타이거즈’가 떠올랐다면 ‘아재’가 되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20대 이하에는 타이거즈보다 e스포츠 팀 ‘담원 KIA’가 더 익숙하다.
허 총재는 ‘일탈’을 제일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보다 각종 사건, 사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급기야 이탈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던 점을 여러분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썼다. 이어 “그동안 우리 야구계는 우리 스스로 지속적 발전을 위한 노력과 투자, 개혁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KBO리그는 지난해 키움, 한화, NC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숙소에서 외부인과 함께 술을 마신 선수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리그 일정을 중단해야 했다. 이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다. 올해도 키움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강정호(35)를 복귀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허 총재는 “야구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 가지가 없다”면서 “지난 40년간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우리 야구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 올해부터 더 많은 야구팬이 야구장을 찾는 결과가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허 총재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도전의 첫해를 맞아 남다른 각오로 진심을 다해 시즌에 임하자”면서 “그래서 팬들의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받고 KBO리그가 재도약할 수 있는 해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말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