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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확진’ 등교허용에… “우리 애 감염될라” vs “지침 따랐을뿐”

입력 | 2022-03-28 20:43:00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향하는 가운데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대구학교안전공제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2.03.16. 뉴시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46)는 최근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같은 반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우리 아이가 걱정되니 해당 학생 등교를 막아줄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

교사는 “담임이 등교 여부를 정할 수 없다”며 “정부 지침 상 해당 학생은 등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기자에게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늘고 있다는데 가족이 확진되면 최소 2, 3일 간은 경과를 지켜보고 등교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교육부가 14일부터 동거인의 코로나19 확진 시에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의 등교를 허용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매일 급식 같이 먹는데…”

교육부는 동거인 확진 시 학생 본인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또는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등교할 수 있게 했다. 가족 확진 기준으로 6~7일차에 신속항원검사를 한 차례 더 받으라고 권고하지만 받지 않아도 계속 등교할 수 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초등생 학부모 최진숙 씨(40)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꽤 되는 걸로 안다”면서 “매일 한 교실에서 급식을 같이 먹는데, 우리 아이도 감염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19일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잠복기일 수 있는데 등교하도록 하는 건 성급하다. 부모가 알아서 학교에 안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막을 수 없느냐’는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5~21일) 동안 신규 확진된 유초중고생은 전국에서 약 38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돌봄 부담이 큰 경우 ‘등교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초등생 자녀를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 후 등교시켰다”며 “주변에 전파시킬 수 있다는 걱정은 있지만 몸이 아픈 상황에서 아이까지 데리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썼다.

“학원비 냈는데 왜 못 오게 하나”
학원도 비슷한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영어학원 강사 최모 씨(27)는 “최근 가족이 확진된 학생이 같은 반에 있다는 걸 왜 알리지 않았냐며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로 등원을 중지시켰다가 항의를 받기도 한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원을 중지시켰더니 ‘학교도 가는데 학원비까지 받아놓고 왜 못 나오게 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져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학교와 달리 학원은 정부 지침이 따로 없어 대처방안도 제각각이다. 동아일보가 27일 수도권 학원 22곳에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원 여부를 물었더니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등원 가능이 6곳 △3, 4일간 등원 제한 및 온라인 수강 권장이 13곳 △일주일 이상 등원이 불가능이 3곳이었다.

전문가들은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등교를 막을 수 없다면 관리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의 30~40%가 가족 간 감염”이라며 “동거가족 확진 학생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최소 2일에 1번 정도는 하면서 등교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능하다면 적어도 일주일가량은 급식 공간을 분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