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이어오던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가 결국 신문 발행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힘쓴 공을 인정받아 2021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는 편집장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로스콤나조르(국영언론감시기관)로부터 경고를 받아 ‘우크라이나 영토 내 특별 군사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온라인 기사 및 지면 신문 발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국 언론에 ‘전쟁’ ‘침공’ ‘공격’이라는 표현 대신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단어를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전하며 줄곧 ‘전쟁’이라는 단어를 써왔다. 그는 지난달 미국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을 계속 전쟁으로 부를 것이다. 이에 따른 (정부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3월 법을 제정해 이 같은 단어 사용 지침을 어길 경우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은 러시아 관료 외에 다른 정보원의 인용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 여러 독립언론을 비롯해 외신들의 보도가 사실상 차단됐다. 노바야 가제타 역시 이 법이 통과된 4일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기사를 모두 내려야 했다. 발간 중단을 알린 이번 성명에서 노바야 가제타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단어를 쓴 것 역시 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다.
무라포트 편집장은 다른 러시아 매체 메두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발간 중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성명에 공개한 것이 전부다. 그 외의 것은 정책상 공개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매체 소속 기자들이 해산됐는지, 매체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