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확진도 용납 않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은 기술과 인해전술의 합작품이다. 전 국민의 활동 반경은 QR코드가 결정하고, 거리의 카메라들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감시한다. 확진자 한 명이 나오면 역학조사관 100명이 출동하는데 반경 800m 안에 있던 사람은 무조건 밀접 접촉자다. 성인 인구 250명당 한 명꼴인 450만 방역요원은 공안 및 통신사와 개인정보를 공유하며 담당 구역 출입자들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감시한다.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 해당 지역 공무원은 해임될 수 있다. 재택 격리자를 감시하기 위해 가정 내 전력 사용량을 점검하거나 가가호호 센서를 달아 출입문이 열리는지 확인하는 등 방역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건물, 마을, 넓게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기도 하는데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비례해 봉쇄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0년 1월엔 인구 1100만 도시 우한이, 지난해 12월엔 1300만의 시안이, 어제부터는 인구 2500만의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가 전격 봉쇄됐다.
▷상하이는 26일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서자 봉쇄 결정을 내렸다. 황푸강 동쪽 지역은 28일부터, 서쪽은 다음 달 1일부터 4일간이다. 상하이 시민들은 집 밖 출입을 할 수 없고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고 공장 가동도 멈추거나 원격으로 운영된다. 시내 주요 쇼핑몰과 상하이 디즈니랜드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이전부터 임시 폐쇄된 상태다.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고 민심도 사나워지자 방역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상하이 봉쇄로 제로 코로나 고수 방침이 확인됐다. 올가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환자 폭증과 의료 붕괴를 감수할 리 없다. ‘무질서한 민주주의’보다 ‘질서 있고 안전한 사회주의’의 체제 우월성을 주장하고 디지털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팬데믹 국면을 십분 활용해온 터다. 방역이 정치에 휘둘리는 만큼 중국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