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우크라 고려인 난민 “한국봉사단 따뜻한 손길 감사”

입력 | 2022-03-29 03:00:00

우크라 지원 고려대의료원봉사단
폴란드서 우크라 고려인과 간담회
상비약-방역키트-한국식품 등 전달
현지 NGO-병원 등과 다양한 협력



고려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봉사단장인 조원민 교수(왼쪽 사진 왼쪽)가 폴란드로 피란한 고려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위 사진은 김도훈 교수(오른쪽)가 우크라이나로 긴급 구호를 떠나는 비정부기구 관계자에게 코로나19 검사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시범을 보이는 모습. 고려대의료원 제공


“머나먼 이곳까지 와서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가족 모두에게 위로의 시간을 마련해주신 봉사단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동생과 두 조카를 데리고 이달 9일 가까스로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 마르하리따 림 씨(39·여)는 28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에서 ‘고려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봉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안도하며 말했다. 림 씨는 “전쟁 통에 가족이 모두 헤어져 불안한 마음에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고 덧붙였다.

국내 첫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 지원단으로 24일 출국한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은 전쟁을 피해 폴란드로 입국한 난민을 돕는 구호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날은 바르샤바 인근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50여 명을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의료물품을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년 넘게 건선으로 고생하던 림 씨는 긴 피란 생활로 최근 손등과 발등의 건선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은 림 씨에게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과 함께 상비약과 방역키트는 물론이고 고추장과 김치 등 한국 식품과 생필품도 전달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평소 가진 질환들을 관리하지 못해 고통이 심한 환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은 바르샤바 인근 난민 보호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향하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키트와 방역물품 등을 전달하고 사용법을 교육했다. 고려인들에 대한 의료 지원뿐 아니라 주요 NGO와 대한적십자사, 한인회, 한국 선교단체들을 찾아 대한적십자에서 지원 받은 의약품을 전달하는 등 폭넓은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장인 조원민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현지 NGO와 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고려인 동포들이 몸과 마음고생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쟁으로 무너진 상황을 복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두 달째에 접어들며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인 피란민은 380만 명을 넘었다. 가장 많은 피란민이 머물고 있는 폴란드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난민을 지원하고 있지만 난민이 늘어나면서 현지 응급의료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이스라엘 NGO 관계자는 “난민들의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이미 불가능한 실정이다. 폴란드 의료 시스템이 감당해내기 어렵다. 의료지원 등 여러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은 향후 우크라이나 상황이 안정되면 긴급재건구호 등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지원 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