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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하철 역사서 ‘폭격 사이 콘서트’

입력 | 2022-03-29 03:00:00

현악 5중주단 계단서 국가 등 연주
폭격 땐 리허설-멈추면 공연 해




전쟁 통에 해외에 있던 연주자들은 입국하지 못했고 국내에 남아 있던 연주자들 중에도 일부는 피란을 떠나야 했다.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클래식 음악 축제는 제대로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던 다섯 명의 연주자는 현악 5중주단(사진)을 꾸려 폭격을 피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하철 역사를 찾았다.

이들은 지하철 계단에 마련한 간이 무대에서 폭격 중엔 리허설을, 폭격이 멈춘 사이에는 공연을 이어갔다. 관객들은 이날 공연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폭격 사이 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국가 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바흐, 드보르자크 등 클래식 음악과 우크라이나 민요 연주로 꾸며졌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슬로보잔스키 유소년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타탸나 주르는 “국가를 귀 기울여 듣던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 생애 최고의 콘서트였다. 우리 클래식 연주자들이 음악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연주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세르히 폴리투치 하르키우 음악 축제 상임감독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총이 지배하는 시기에도 음악은 침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호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이날 축제에서 “삶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침략자들보다 강하다. 매일, 우리의 승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