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만찬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뒤쪽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뒷줄 오른쪽).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갈등을 빚어온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과 관련해 접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고, 지금 정부는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윤 당선인 측이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496억 원에 대해 예비비 지원을 받아 실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양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협조”
이날 양측의 만남은 3·9대선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가운데 가장 늦은 만남이었다. 그러나 회동 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가장 길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만찬 종료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동 도중)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국방부 신청사)으로 이전하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집무실 이전 논의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먼저 언급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이전 취지를 설명하며 “전 정권, 전전(前前) 정권, 문민 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 문제로 이전을 못 하지 않았느냐. 이번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설명에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이다. (현 정부는) 정확하게 예산을 따져서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2.3.28. 청와대사진기자단
○ “추경, 인사 문제 추가 실무 논의키로”
양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신구 권력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장 실장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 “필요성에 대해 두 분께서 공감을 하셨다”면서도 “(규모,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실무적으로 협의하자고 서로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동 이후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장 실장이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추경, 인사 등 권력 이양기 각종 현안을 위한 실무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과 관련한 안보 문제에 대해선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누수가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장 실장은 “사면 논의는 일체 거론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文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尹 “국정은 축적의 산물”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로 만나 2시간 36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에 양측은 의미를 뒀다. 장 실장은 “오늘은 의제 없이 흉금을 터놓고 과거의 인연을 주제로 두 분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추가 실무 협의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경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양측은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덕담도 여러 차례 오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정당 간에는 경쟁을 할 수 있어도 대통령 사이에는 성공 기원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돕겠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