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후 머리가 멍하게 느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뇌에서 화학 치료를 받은 암환자나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9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의 신경과학자 미셸 몬제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브레인 포그를 경험한 사람들과 ‘케모 브레인(chemo brain)’을 가진 사람들의 유사성을 관찰했다. 케모 브레인은 항암제와 같은 독성이 강한 약물이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환자군을 관찰한 결과 뇌의 면역 기능과 관련이 있는‘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서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의 경우 이 세포가 오작동을 일으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학자들은 알츠하이머의 경우에도 이런 세포들이 노화로 인한 세포 손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워두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다. 코로나19 감염과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밴 엔델 연구소(Van Andel Research Institute)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파킨슨병과 유사한 신경퇴행성 증상을 보인 세 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세 명 모두 감염 전에는 파킨슨병과 관련된 초기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가족력도 없었다. 또 세 명 중 두 명은 파킨슨병 치료제를 사용한 뒤 증상이 개선됐다.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후각 상실이 흔하게 관찰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이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뇌 이미지에 대한 몇몇 연구에서는 도파민의 흑질선조체 경로(nigrostriatal pathway)에 눈에 띄는 손상이 관찰됐다. 이 경로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신체 움직임을 조정하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방출하는데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 질환이 발생하면 이런 신경세포들이 퇴화하거나 손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것이 없다. 연구자들은 면역물질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역할에 주목한다.
코로나19 감염이 뇌의 특정 구조를 수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 그웨넬 두오드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자 401명과 비감염자 384명 등 785명의 뇌 MRI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자의 감염 전후 이미지와 비슷한 건강·신체 상태를 가진 비감염자의 이미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감염자는 기억·후각과 관련된 뇌의 회백질 양이 비감염자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회백질이 해마다 0.2~0.3% 가량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들은 0.7%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도 이같은 회백질의 손상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두오드 교수는 이처럼 뇌에서 관찰된 비정상적 변화들이 대체로 후각 상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시간이 지나면 감염의 해로운 영향이 완화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