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430억 달러(약 297조 원) 규모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무바달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세계가 경제 제재를 가하자 투자를 철회한 첫 중동 지역 기업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할둔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두바이에서 열린 투자 회의에 참석해 이처럼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문제가 해결될지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무바달라는 현재 포트폴리오의 약 1%를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금은 러시아의 사회기반시설과 부동산, 은행 등 총 50개 회사에 투자되고 있다. 특히 무바달라는 석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회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도 이번 결정으로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누군가 1000만 배럴을 가져오지 않는 한 누가 러시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원유의) 생산과 관해선 항상 정치에 거리를 둬야 한다”고도 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소비량을 줄이는 대신 중동 산유국들에 부족한 양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석유 생산 증산과 관련된 통화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친미 성향의 나라로 꼽히는 두 국가는 석유 문제와 관련해선 그동안 러시아와도 긴밀한 공조를 이어왔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