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등지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강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행방과 관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강제 추방돼 ‘수용소’에 구금됐다고 하는 반면, 러시아 측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방 외신들은 과거 사례와 위성 사진 등을 근거로, 러시아가 과거 체첸 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고문을 자행하는 수용소를 만들었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내놓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마리우폴 등지에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주민들의 행방에 대해 서로 매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관여,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민간인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송시키고 구금까지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지난 19일 마리우폴 시 의회는 성명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러시아 영토로 끌려가고 있다”면서 “지난 1주일 간 수천 명의 주민들이 러시아 영토로 끌려갔다. 러시아군은 리보베레즈니 구역과 스포츠 클럽 건물에 있는 대피소에서 사람들을 불법으로 데려갔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과 관련, “우리 정보에 따르면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납치됐다”면서 “그들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모와 함께 또는 부모 없이 그곳에 있을 수 있다”고 러시아 언론인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다른 지역 주민들도 강제 이송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 측은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 놓고 있다.
마리우폴 시 의회가 성명을 발표한 지난 19일 러시아 국방부는 2389명의 어린이를 포함, 1만6434명이 도네츠크·루한스크 공화국 등 여러 지역으로부터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이동했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또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지도자 데니스 푸실린은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다른 도시들로부터 “매일 평균 약 1700명이 볼로다르 임시 숙박 센터에 도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은 이송된 주민들의 상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숫자 측면에서도 엇갈린다.
러시아 국방부가 1만6434명이 대피했다고 밝힌 이후, 우크라이나는 강제 이송 추정 주민들에 대해 훨씬 늘어난 숫자를 제시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 26일 이리나 베레쉬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강제 추방된 우크라이나인들의 수를 약 4만 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CNN과 NBC 등 외신들은 이같은 내용들을 전하며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무게를 두면서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폭력·고문 난무한 ‘여과 수용소’ 정말 만들었나
이 가운데 일각에선 러시아가 실제로 ‘여과 수용소’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NBC 뉴스는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있었던 폴란드인들을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냈던 사례를 언급하며 동일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익명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관은 “이것은 패턴이고, 러시아인의 행동 방식이다.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 깊숙이 추방하는 것은 푸틴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영국 매체 아이뉴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수용한 텐트촌을 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가 단독 입수했다고 밝히는 사진을 보면, 도네츠크 지역 해안 마을 베지멘느의 한 농가에 약 30개의 파란색과 흰색 텐트가 세워져 있다.
아이뉴스는 이 사진을 제시하며 “러시아가 체첸에서와 같이 우크라이나 내에 여과 수용소를 건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위성사진”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마리우폴 주민 수천 명을 수용소로 강제 추방했다고 마리우폴 시장이 말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자체적으로 해당 캠프의 SNS 영상을 찾아 분석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영상과 캡처 사진이 해당 캠프라고 보도하며 “‘Z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은 무장 남성 등이 보이고,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야외 주방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Z로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떠오른 푸틴 지지 상징물이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이 텐트촌과 관련, 인도적 지원의 일환으로 ‘생명유지 캠프’에 440명을 위한 텐트 30개를 설치했다고 러시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구호물자 18톤이 전달됐고, 침구와 따뜻한 식사 등 ‘편안한 체류를 위한 모든 것’이 제공됐다고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