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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쓰레기를 어찌할꼬…” 제주지역 해양쓰레기 급증에 골머리

입력 | 2022-03-30 03:00:00

태풍이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릴 때 육상-해상쓰레기 뒤엉켜 아수라장
악취에 해녀들 해산물 채취도 방해
제주도, 선진처리시스템 구축하고 드론 활용해 무단투기 감시하기로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드럼통, 폐어구 등의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 정기적으로 수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8일 오전 11시경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 사철나무 사이로 갯괴불주머니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하지만 화사한 봄 풍경을 느끼는 것도 잠시였다.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형 스티로폼을 비롯해 드럼통, 페트병, 밧줄, 폐그물, 부이, 비닐 등 종류도 다양했다. 대부분 어로 활동에 쓰이는 쓰레기였다. 동남아시아에서 흘러온 곳으로 보이는 야자수 열매껍질도 나뒹굴었다.

애월읍 주민 한모 씨(67)는 “태풍이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릴 땐 육상에서 버린 쓰레기와 바다에서 흘러온 쓰레기가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다”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남풍이 불기 시작하는 봄철에서 가을철에 접어드는 9월까지 쓰레기가 많이 밀려든다. 중국 해안에서 군집을 이뤄 이동하는 괭생이모자반이나 구멍갈파래가 해안을 점령하면 썩은 냄새가 나고 해녀들의 해산물 채취나 어선 항해에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는 해안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바다환경지킴이를 종전 55명에서 올해 231명으로 크게 늘렸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제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제주 해양쓰레기 발생현황과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8년 1만2143t에서 2019년 1만2308t, 2020년 1만8358t으로 증가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만1489t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 비해 17%, 2018년과 비교해서는 77%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충남도 1만2625t, 부산시 7156t, 인천시 5200t, 전북도 4539t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훨씬 많았다. 섬이 많은 전남도는 3만3535t이었다.

제주지역 쓰레기 발생 경로는 하천에서 유입되거나 해안가에 관광객이나 주민이 버린 쓰레기, 어선을 포함한 선박이나 낚싯배에서 투기한 쓰레기, 해류를 따라 외국에서 유입된 쓰레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쓰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고 어패류 산란, 해조류 서식처 등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단 폐기한 어구는 선박 스크루에 걸리거나 수중에서 작업하는 해녀, 잠수사 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는 환경보전중기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해양폐기물 수거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양폐기물 전용 종합처리장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를 목표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세웠다. 해양쓰레기 선진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양쓰레기 재활용 및 소각을 위한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충전·공급하는 드론을 활용해 해안쓰레기 무단 투기를 감시하는 활동도 벌인다.

좌민석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양폐기물 선진처리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제주의 쓰레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드론을 활용해 수중에 쌓인 쓰레기 실태를 조사하고 해양폐기물 재활용, 분해를 위한 미생물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