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희철 감독 신뢰 속 한층 성장 “제 역할 정확히 설명하고 배려해줘… 공격 아닌 스크린 지시 그대로 따라” 1승 남긴 정규리그 우승에 1등 공신… 국내선수 득점 3위-블록슛 1위 올라 ‘커리어 하이’ 쓰며 팀 플레이도 빛나
2021∼2022시즌 프로농구에서는 SK 포워드 최준용(28·200cm·사진)이 농구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능 포워드라지만 기록 곳곳에서 자신의 프로 데뷔 ‘커리어 하이’를 쓰고 있다. 전문 슈터가 아닌데 득점은 경기당 16.2점으로 국내 선수 3위다. 센터가 아닌데도 블록슛은 국내 1위(1.1개)다.
기록을 넘어 성숙해진 플레이, 팀 기여도가 빛났다. 이번 시즌에는 큰 문제 없이 팀이 치른 5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득점이 꼭 필요할 때 과감하게 ‘림 어택’을 했고, 경합이 일어날 때 몸을 날렸다. ‘야전사령관’ 김선형의 부상 공백 때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2m 포인트 가드’의 리딩 실력을 뽐냈다. 여러모로 정규리그 우승에 1승만 남은 SK의 선두 질주에 지분이 꽤 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가장 가까이에 가 있다.
최근 경기 용인에서 만난 최준용 본인은 팀 성적에 따른 결과론적 평가라고 몸을 낮췄다. 그렇지만 전희철 감독의 신뢰가 자신이 하고 싶은 농구의 갈증을 조금씩 채워줬기 때문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역할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시면서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설득당했다고 할까요.” 감독에게 받은 신뢰는 동료에 대한 큰 믿음으로 이어졌다. “(김)선형이 형의 리딩, 안영준과 자밀 워니가 못하는 부분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영준이에게는 패스를 주고 쳐다보질 않아요. 영준이가 다 넣을 것 같아서요.”
프로에 입단하면서 ‘나를 아무도 못 막는 선수로 만드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실현되기 힘든 욕심으로 묻어 둔 지 오래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고 꺼내주는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고, ‘최준용표 농구’도 분명해졌다. 지난 시즌 각종 구설수, 또 십자인대 부상 수술과 긴 재활 과정을 겪을 당시 “방에서 울기만 하고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SK 선수들을 만날 자신도 없었다”던 최준용에게 이번 시즌은 농구 인생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다시 꺾어 올렸다.
목표는 전 감독이 원하는 역할의 전천후 소화, 그리고 전 감독이 믿어줬으면 하는 ‘미드레인지’(골밑과 3점슛 라인 사이 코트 공간에서 다양하게 동료들을 활용하며 펼치는 공격 옵션) 농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에 문경은 전 감독님이 애런 헤인즈를 잘 활용하셔서 ‘문애런’으로 불렸잖아요. 이제 저는 전 감독님과 ‘전초이’가 되지 않을까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