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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잦은 지방도에 안전 보행로 만든다

입력 | 2022-03-30 03:00:00

경기도, 지방도 26곳 정비사업
갓길에 보행자 통행 공간 조성… 휠체어-유모차도 다닐수 있게
지방도 보행 사망, 국도의 1.4배… “마을주변 교통사고 방지에 주력”



경기도가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406-1 인근 지방도로 갓길을 보행자 통행 공간으로 만들었다. 경기도 제공


올 1월 경기 시흥시의 한 지방도로에서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편도 2차로 도로를 걷던 60대 남성이 화물차에 부딪혀 숨졌다. 2020년 2월에는 여주시 능서면 341호선 지방도에서 도로를 건너던 6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에는 보행자를 위한 보도가 없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도로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적고 차량 주행속도가 빨라 교통 약자들의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보도설치 사업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전체 지방도로(1754.1km) 중 보도가 설치된 곳은 25.7%(450.8km)에 불과하다.
○ 새로운 ‘지방도로 보도 설치’ 기준 마련

경기도가 지방도로의 보행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기로 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지방도로 갓길을 보행자 통행 공간으로 만드는 ‘다기능 길어깨(갓길)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방도로 특성을 고려해 경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보도 설치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경기도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기연구원과 함께 새로운 ‘지방도 보도 설치 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류시균 경기연구원 시군연구센터장은 “경기도가 2016년 ‘지방도 보행환경개선 추진계획’을 만들었지만 지방도로 보도 조성이 너무 미약하고 유지 관리도 안 되고 있어 새로운 보도 설치 기준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남한산성 인근 지방도에 6.36km의 보도를 만드는 등 26곳 38.1km에 길어깨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하루 보행자 150명 이상인 지방도로는 대부분 보도가 조성돼 있어 150명 미만인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보행 공간은 휠체어와 유모차 등 교통 약자가 다닐 수 있도록 최소 폭을 1.2m 이상으로 한다. 포장재도 유지와 관리가 쉽고 공사비가 싼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를 이용할 방침이다. 이희영 경기도 도로개선팀장은 “길어깨 정비 사업은 일반적으로 하는 보도 공사보다 km당 약 4억 원을 싸게 할 수 있다”며 “2024년까지 약 74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7개 시군 교통안전시설 보강

경기도는 올해 도가 관리하는 지방도로를 대상으로 미끄럼방지포장시설을 조성하는 등 교통안전시설을 보강하는 내용의 ‘마을주민 보호구간 개선 사업’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이 사업은 경찰 및 시군과 함께 협업해 마을을 통과하는 지방도로에서 발생하는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도내 보행 교통사고는 9만9254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3318명이다.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방도 보행 사고 사망자는 최근 3년간 국도 등 다른 도로보다 1.4배 높다.

도는 지난해 15개 시군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안성과 양평, 연천, 여주, 광주, 포천, 이천 등 7개 시군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교통사고 건수와 마을구간 속도 제한 필요성, 마을 규모, 민원 수요, 관할 도로 특성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마을 시작 지점 전방 100m부터 끝나는 지점 후방 100m까지를 ‘보호구간’으로 설정한 뒤 안내표지와 교통안전표지, 노면표시, 미끄럼방지포장, 과속단속카메라 등 교통안전시설을 조성한다. 또 관할 경찰과의 협의를 통해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10∼30km 낮춘다. 경기도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도 마을 주변 도로의 보행자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