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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전’이 베르디의 아틸라에 출연… “유럽 떨게 한 훈족왕의 인간적 모습 매력”

입력 | 2022-03-30 03:00:00

국립오페라단, 내달 7∼10일 공연
갈등속 병사 독려 장면 하이라이트



베이스 전승현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베르디 ‘아틸라’의 아틸라 역을 연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아틸라 전’도 아틸라 전막 공연은 처음입니다.”

베이스 전승현(49·서울대 교수)이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아틸라’에 출연한다. 그는 1997년 서울대 대학원 재학 당시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콩쿠르에 참가해 ‘아틸라’ 1막 아리아 ‘내 영혼이 벅차오르는구나’를 불렀고 2위에 올랐다. 전 교수는 4월 7∼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아틸라’에서 7, 9일 타이틀롤인 아틸라로 출연한다. 예술의전당에서 연습 중인 그를 24일 전화 인터뷰했다.

“유럽에 진출해 여러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활동명도 ‘아틸라 전’으로 정했죠. 이 오페라 자체는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매우 드물게 공연되는 편이라 출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틸라는 5세기 훈족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출해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왕이다. 베르디는 ‘애국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던 33세 때 그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작곡해 발표했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아퀼레이아를 침공한 아틸라가 전쟁 중 죽은 영주의 딸 오다벨라와 결혼하려 하지만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오다벨라의 칼에 찔려 최후를 맞는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틸라는 누구나 두려워한 인물이었지만 베르디가 표현한 아틸라는 다릅니다. 전쟁을 앞두고 긴장하고 떨고, 결국 로마로 쳐들어갈 수 없을 거라며 자포자기하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게 인간적이고도 이중적인 모습이 아틸라 역의 매력입니다.”

전 교수는 갈등에 싸여 있다가도 다시 출정을 앞두고 강한 모습을 보이며 병사들을 독려하고 고무하는 1막 2장이 전곡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1950∼70년대 명테너 마리오 델모나코의 아들 잔카를로 델모나코가 맡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독일 카셀 오페라극장과 본 극장의 극장장을 지내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찬사를 받은 연출가다.

“델모나코는 출연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무대와 조명을 위해 출연자와 합창단을 그림처럼 표현하죠. 때로는 움직임이 적은 게 더 강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8, 10일 공연에는 베이스 박준혁이 아틸라로 출연한다. 오다벨라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 이윤정, 로마 장군 에치오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 이승왕, 오다벨라의 연인 포레스토 역에는 테너 신상근 정의근이 번갈아 출연한다. 이탈리아 지휘자 발레리오 갈리가 지휘봉을 들고 국립합창단과 최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이름을 바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2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