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과두 정치인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그와 같이 이전 회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독극물 증세를 보이자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회담 참여자들에게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5차 평화협상에 앞서 국영 TV 채널 우크라이나24를 통해 “러시아와 협상하는 모든 사람은 먹지도 마시지도 말고 가급적 접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해 협상 대표단 일원은 지난 3일 키이우에서 회담을 마친 뒤 얼굴과 손의 피부가 벗겨지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을 겪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하는 증상을 겪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협상단의 독살 가능성과 관련해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런 주장은 정보전쟁의 일부”라며 “이 보도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러한 독살 시도설을 두고 “독극물 중독이 아닌 환경적 이유로 러시아 협상단이 그와 같은 증상을 겪었다는 첩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의 동료는 “아브라모비치가 현재 회복됐고 건강 상태는 괜찮다”며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평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로부터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의 진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 협상단의 한 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마리우폴 시민들의 대피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그가 평화협정 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에게만은 제재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태생인 아브라모비치는 독살 시도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회담에 계속 관여할 계획이다. 그는 실제 29일 이스탄불 협상에도 참석했다. 다만 이날 회담장에선 러시아 측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2020년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던 벨링캣의 수석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체프가 이번 아브라모비치 등의 중독 사건도 조사 중이다.
이후 독일의 한 포렌식팀이 조사에 나섰으나 독극물을 발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그로체프는 아브라모비치 독살 시도설과 관련해 “이번 공격은 살해 목적이 아니라 경고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