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가 소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안내문을 붙이는 모습. 2022.3.24/뉴스1 © News1
5~11세 소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접종 여부를 두고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5~11세 코로나19 백신 기초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24일 이후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백신 접종을 해야 할지 주변 의견을 묻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댓글에서는 백신 부작용 등을 이유로 들며 ‘안 맞히겠다’는 반응이 주로 나오는 한편 고민에 빠진 학부모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5~11세 연령대의 세 자녀를 둔 김모씨는 최근 첫째와 둘째가 확진되고 셋째도 증상이 나타나 백신 권고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태이지만 확진이 안 됐더라도 백신을 맞힐 생각은 없었다.
김씨는 “백신을 맞은 어린 아이들의 표본이 많지 않아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다 방역패스도 없어졌으니 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먼저 확진된 초3 아이는 하루만 고열에 시달리고 지금 완쾌한 사람처럼 날아다니는 걸 봐도 소아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씨도 “어른에게서도 백신 부작용이 나오고 중증까지는 아니어도 며칠간 열이 나거나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이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가 될지 걱정된다”며 “최대한 안 맞히고 싶다”고 말했다.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5~11세 코로나19 백신 기초접종 사전예약률은 28일 0시 기준 1.3%에 그친다. 접종 가능 대상 인구 314만7942명 중 4만925명이다.
전국 초등학생 학부모 35만911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자녀에 대해 ‘접종 의향이 있으며 최대한 빠른 접종을 원한다’는 비율은 7%(2만5079명), ‘접종 의향 있으나 조금 지켜보고 싶다’는 29.1%(10만4723명)를 차지했다.
방역당국은 5~11세 가운데 중증 위험이 높은 면역저하자와 당뇨·비만, 만성 호흡기 질환자 등 고위험군 어린이에만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그 외 일반 소아·청소년에는 접종 기회를 제공하되 자율 접종을 실시한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대체로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은 유행 억제 효과보다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중증화율을 낮추는 정도로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왔다.
이미 방역당국에서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감소세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고 밝힌 만큼 어린이들이 2차 접종까지 마친 후에는 이미 유행이 다 지나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0시 기준 9세 이하 신규 확진자는 4만9357명(14.2%), 10대는 4만9997명(14.4%)로 40대(15.9%), 30대(14.9%)에 이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2020년 1월 이후 누적 확진자 기준 9세 이하 연령의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은 4만1541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학교에서 확진 아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등교를 시킬 때마다 불안해 백신을 맞히려고 한다”며 “다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도 있어 접종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확진 학생이 매일 같이 나오는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백신 접종은 관심사지만 학부모 반발을 우려해 접종을 안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백신 접종을 하면 더 큰 병이 우려된다면서 접종을 안 하려는 분위기”라며 “여전히 확진자 수가 계속 많이 나와 걱정이지만 우선은 백신 접종에 대해 안내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1일부터 시작되는 소아 백신 접종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태어난 만 5~11세를 대상으로 한다. 2017년생 중 생일이 지나지 않은 소아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 접종을 할 때는 안전성과 이상반응 점검을 위해 보호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