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흥국생명에 2014년 부임한 박 감독은 구단 역사상(프로 출범 후) 가장 긴 8년 간 사령탑을 맡았다. V리그에 많은 자취도 남겼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 2018~2019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모두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여성 감독으로는 첫 쾌거다.
늘 이름 앞에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박 감독은 “당장 V리그에서 여성 감독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또 누군가가 이어갈 것. 안 그래도 감독에서 물러나며 (여자배구 은퇴) 국가대표 단톡방에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후배들에게 ‘준비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8년만의 휴식을 얻게 된 박 감독은 당분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을 하나 둘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족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충실히 보낼 생각이다. 다음달에는 남편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최근 감독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에게 가족들은 집에 ‘금의환향’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감독 자리에선 물러나지만 ‘배구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배구 코트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들을 고민해 볼 생각이다. 아직 에너지가 넘친다”는 박 감독의 말이 벌써부터 다음 도전을 기대하게 했다. ‘코트 위의 여우(박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코트에 돌아올까.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