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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제 때 치료받는 게 어려워진 각종 만성질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신장질환자들은 투석 가능한 의료기관이 줄어들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미뤄진 투석 날짜에 애타는 신장질환자들
20일 격리 해제된 B 씨(64) 역시 투석 가능한 의료기관을 구하지 못한 나흘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B 씨는 “투석으로 소변을 빼낼 수 없으니 최대한 음식 섭취를 줄여야만 했다. 밥 대신 환자용 영양음료만 하루에 1, 2캔씩 마셨다”고 말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투석 날짜가 하루 이틀만 미뤄져도 몸이 붓고 숨이 차는 경우가 많다”며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발을 동동 구르며 협회에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 원래 다니던 병원도 이용 어려워
신장질환자들에게 투석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장질환자는 사망률이 일반 코로나19 확진자의 75배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고위험군이다. 확진자 투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지침상 코로나19 무증상·경증인 신장질환자가 투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먼저 자신이 원래 투석을 받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내 추가 전파 등에 대한 우려로 확진자 투석을 꺼리는 곳이 적지 않다. 양철우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일선 병원에서 확진자를 투석하려면 일반 환자와 동선을 분리하고 시간대도 나눠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최근엔 의료진 감염도 늘면서 투석 인력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전화 100통 돌리며 ‘각자도생’
또다른 방법은 정부에서 지정한 ‘외래 투석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환자와 외래 투석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보건소가 이미 업무 과부하인 탓이 가장 크다. 신장질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건소와 병원에 전화를 100통 가까이 한 뒤에야 투석할 곳을 찾을 수 있었다’는 확진자 가족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28일 격리 해제된 신장질환자 안모 씨(33)도 “격리 기간 내내 보건소와 구청, 재택치료상담센터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래 투석 의료기관 명단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확진자들은 온라인에서 명단을 알음알음 공유하며 ‘각자도생’ 하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보건소를 통해서는 해결이 안 되니 개인적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며 “제가 직접 외래 투석 의료기관에 연락을 돌려 자리가 난 곳을 확인한 뒤 환자에게 알리면 환자가 이를 다시 보건소에 알려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 이사장은 “투석 시기를 놓친 신장질환자는 곧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며 “외래 투석 의료기관을 더 늘릴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 환자와 원활히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