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정 한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다음 달 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 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충전금을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면 금융사가 내야 하는 예금보험료도 함께 올라가 대출 금리 인상이나 예금 금리 인하 등의 형태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보호한도 21년 만에 오르나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제도에 따라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최대 금액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금융회사별로 1인당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랐다.
국내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1만1563달러에서 2020년 3만1637달러로 급증했지만 한도는 21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25만 달러) 일본(1000만 엔) 독일(10만 유로)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한도는 절반에서 6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호한도를 일제히 올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경제 규모와 금융자산 보유 확대 등으로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됐다.
● 선불충전금도 보호 여부 검토
일부 금융사는 “보호한도를 올리면 저축은행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에 5000만 원씩 쪼개 목돈을 맡기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는 선불충전금을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3대 전자금융사업자의 선불충전금은 지난해 말 현재 591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9.4% 늘었다.
전자금융사업자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을 은행에 신탁한다. 전자금융사업자가 파산하면 예치한 금액만큼 소비자가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은행이 파산할 경우 사업자가 은행 계좌에 넣어둔 선불충전금 중 5000만 원만 보호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미국의 ‘자동 명의 이전(pass-through)’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충전금 계좌를 보유한 개인에 대해 예금 등을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해 주는 방식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