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T커머스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E커머스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M커머스의 장점에 TV를 결합한 거래다. 간단히 말해 TV를 통한 상거래(TV commerce)를 말한다. 현재 TV홈쇼핑은 7개사, T커머스는 10개사가 정부 승인을 받아 영업 중이다.
T커머스는 대량 공급을 전제로 하는 TV홈쇼핑과 달리 소량 공급만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재고 부담이 적어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매력적인 판로로 통한다. 또 T커머스는 낮은 수수료에 입점 상품 수와 시간제약이 없고 입·퇴점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최적의 유통채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TV홈쇼핑 중 T커머스 사업권이 없는 2개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홈앤쇼핑, 공영홈쇼핑)이라는 점이다. 중기 전용 TV홈쇼핑은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승인됐고 중소기업 편성 비율이 가장 높지만, 중소기업 판로 확보에 가장 적합한 T커머스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정부 홈쇼핑 정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GS를 비롯한 대기업 계열의 T커머스의 평균 중소기업 편성비중은 73.5%(2018년 기준)다. 대기업 계열의 T커머스들은 나머지 26.5%의 편성시간을 대기업과 수입제품 판매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미끼로 사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구축한 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외면하는 대기업 계열의 홈쇼핑사들이 적지 않다. 현재 T커머스 수수료는 TV홈쇼핑 수수료 수준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심지어 정액방송도 확대하면서 입점한 중소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저렴한 수수료율과 재고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려면 공공성을 가진 T커머스를 신설해야 한다. 100%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을 중기 전용 TV홈쇼핑 사업자에 허가해서 TV홈쇼핑에 납품하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소상공인의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 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어왔고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여명을 밝히기 직전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집콕 이코노미’(Home-economy)로 강화된 비(非)대면 소비 추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 중소기업 판로 확보를 위한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을 추가할 적기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