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통상(通商) 업무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를 놓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티격태격하고 있다. 외교부는 “국제통상 질서가 외교·안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며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부는 “통상문제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어 산업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자고 한다. 두 부처가 전직 장차관을 동원한 여론전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로비 등을 통해 ‘통상 쟁탈전’에 나선 모습이다.
김대중 정부 때 통상교섭본부 신설로 옛 외교통상부로 넘어간 통상 기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노무현 정부, 한미 FTA가 비준된 이명박 정부까지 외교부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통상 문제를 외교 해법으로 풀려다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터졌다는 게 이관의 이유였다.
다른 나라들이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에 두는지는 산업구조 등에 따라 다르다.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중국 독일은 한국처럼 산업 부처가 통상을 주도한다. 외교부가 통상을 맡는 호주 캐나다 칠레 등은 농축산업 등 1차 산업 비중이 크고 제조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 업무를 맡고 있다.
차기 정부가 어느 부처에 통상 기능을 둘 것인지는 오로지 국익만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 과정에서는 통상정책의 가장 큰 수요자인 기업의 목소리에 우선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수위는 탁상공론으로 통상조직 개편, 이관을 결정해선 안 된다. 한국을 둘러싼 대외 경제 환경은 관련 부처들이 밥그릇 다툼에 휘둘릴 만큼 한가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