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세상의 꽃들이 다 아름답지만 벚꽃은 더 그렇다. 만발한 벚꽃 속을 거니는 감흥은 정말이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거리를 ‘단둘이 손잡고’ 걸으면 ‘알 수 없는 떨림’을 충분히 느낄 만하다.(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그런데 봄에는 수많은 꽃이 피는데 왜 꽃구경 하면 벚꽃을 첫손으로 꼽을까?
우리는 꽃들이 봄이면 ‘그냥’ 피는 거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살아 있음에는 ‘그냥’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살라치면 ‘그냥’ 사라진다. 꽃들의 세상에서도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잘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많은 꽃들은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조금이라도 더 오래 피어 있으려 한다. 그래야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벌과 나비들이 계속해서 찾아줄 게 아닌가. 하지만 남들처럼 하면 남들 이상으로 잘 살 수 없는 법. 뭔가 달라야 한다. 그래서 벚꽃이나 산수유는 역발상 전략을 펼친다. 많은 꽃들이 ‘가늘고 길게’ 필 때 ‘짧고 굵게’ 피우는 것이다. 작은 꽃들을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말이다.
어쨌든 작은 것들이 모여 커다란 협력을 만들어내는 이런 전략은 의외로 자연에서 흔하다. 흔하다는 건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뜻인데, 예를 들어 하루살이들은 1년에 딱 하루만 하늘로 날아올라 짝짓기 축제를 연 뒤 사라진다. 이러면 새들이 아무리 열심히 사냥해도 아주 일부만 잡힐 뿐 대다수는 후손을 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이루어지는 하루살이들의 축제는 인공위성 사진에 시커멓게 나타날 정도인데 어림잡아 18억 마리쯤 된다고 한다. 작아도 뭉치면 작은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여름밤을 웅장하게 꽉 채우는 개구리들의 합창도 그렇고 가끔씩 온 세상을 덮을 듯 가는 곳마다 초토화시키는 메뚜기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시끄럽기만 하고 피해가 크지만 그들에겐 아주 탁월한 전략이다. 정말이지 숫자는 힘이다. 하나로 모으기만 하면 말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