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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국… 전쟁 끝나면 우크라 돌아갈것”

입력 | 2022-03-31 03:00:00

우크라 고려인 난민 13명 입국
러 침공 피해 루마니아로 탈출
한국 정착한 가족 만나 안도 한숨
“모금운동 해준 한국인에 감사”



30일 오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고려인 이 스타니슬라브 씨(오른쪽)가 부모님과 재회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이날 고려인 13명이 입국했다. 사진공동취재단


30일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뒤 루마니아에서 난민생활을 하던 고려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입국장을 빠져나온 이 스타니슬라브 씨(22)는 “집 근처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떨어져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한국에 무사히 들어오게 돼 기쁘다”며 먼저 한국에 정착한 부모와 반갑게 포옹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을 확신한다.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부인(32) 및 두 딸과 함께 입국한 김 알렉산더 씨(37)는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람들이 숨지는 모습을 보고 무서워서 탈출했다”며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친인척 집에서 당분간 있으면서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입국한 고려인들은 모두 13명. 이들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공항을 출발해 카타르 도하공항에서 환승한 뒤 카타르항공 편으로 국내로 들어왔다.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고려인 첫 단체 입국이다. 당초 20명이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등으로 7명이 루마니아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 고려인은 입국 절차가 늦어져 한 시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고려인 대부분은 간단한 가방만 하나씩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들고 입국했다. 오랜 비행으로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마중 나온 가족과 친척 등을 끌어안으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입국장에 마중 나온 통역 한 엘레나 씨(46)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푯말을 들고 고려인들을 맞았다. 6년 전 한국에 왔다는 그는 “모금운동으로 항공권을 지원해 준 광주 시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번에 입국한 고려인들은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로 가거나 경기 안산시 등에서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일에도 고려인 12명이 같은 경로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광주고려인마을에 사는 남 레오니드 씨(70)는 최근 입국한 손녀 남 이니타 양(10)의 신분증 발급을 위해 이날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손녀는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날 폭격을 피해 방공호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갔지만 집은 폐허가 돼 있었고 이웃에 사는 고려인 언니(18)와 함께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왔다. 약 20일 만에 헝가리에 도착해 할아버지가 있는 한국행을 택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방공호에 숨어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고려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광주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전쟁을 피해 입국하는 동포들은 아동과 여성, 노약자들이 많다. 사회적 약자인 만큼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종합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