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범종’ 낸 최응천 동국대 교수 “日약탈 ‘연지사종’ 녹슬고 구멍… 수차례 찾아가 보존 요구해 관철”
29일 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만난 최응천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왼쪽 사진)와 그가 일본에서 직접 촬영한 연지사종.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최응천 교수 제공
1989년부터 33년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범종을 연구해 온 최응천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63·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가 최근 ‘한국의 범종’(미진사)을 펴냈다. 29일 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만난 그는 “이 책은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에 있는 한국 범종 363구를 기록한 아카이브”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 범종 41구의 종소리를 녹음한 QR코드를 담았다. ‘일승원음(一乘圓音·부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한국 범종의 미학을 온전히 전하고자 종이책에 종소리까지 담아낸 것이다.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한국 범종 48구를 직접 찾아낸 그는 1995년 후쿠이(福井)현 조구(常宮)신사에서 통일신라 833년에 만들어진 ‘연지사종’을 마주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연지사종은 경남 진주 연지사에서 보관해 오다 임진왜란 때 왜구에 약탈당했다. 현재까지 조구신사가 소장 중이다. 일본은 1953년 연지사종을 국보로 지정했다. 최 교수는 “종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필름만 100여 통 챙겨갔다”며 “하지만 보관고의 문을 연 순간 설렘은 탄식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종 표면이 녹슬어 푸르뎅뎅했고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어요. 어떤 국가가 국보를 이렇게 방치합니까.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죠.”
책에는 한국 범종 363구를 소장 국가와 제작연대별로 분류한 31쪽 분량의 목록도 담겼다. 최 교수는 “저와 후학들이 목록에 새로운 사료를 더해 나갈 것”이라며 “이 책은 범종 연구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