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임대차법 20개월 혼란, 이젠 끝내야[기자의 눈/정순구]

입력 | 2022-03-31 03:00:00

정순구·산업2부


“전세금 구할 목돈이 없어서 월셋집을 찾아야 하는데 월세도 너무 버겁네요.”

직장인 박모 씨(39)는 서울에서 직장 근처 전셋집을 알아보다 절망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A단지 전용면적 84m²의 전세는 10억 원대로 엄두를 못 내는 수준. 월세는 보증금 3억 원에 250만 원이다. 그는 “서울 외곽 아파트나 빌라를 알아봐야 할 판”이라고 했다.

2020년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전세의 월세화, 같은 매물끼리도 가격 차가 크게 나는 현상으로 임대차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가 떠안고 있다. 특히 월세 비중이 높아져 이대로라면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월세 시장’이 아닌 ‘월전세 시장’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머지않아 전세가 아닌 월세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뜻에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런 임대차법을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정책 실패 사례’로 지목하고 임대차법 보완 방침을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민간임대등록과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 구체적인 정책까지 제시했다. 법 개정 없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전세매물 유도 정책을 먼저 내놓고, 임대차법 개정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진행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다.

하지만 민간임대등록 활성화는 당장은 비(非)아파트만 대상이란 한계가 있다. 아파트 임대등록제도 부활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은 실제 지어서 공급할 때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을 섣불리 건드려 시장에 충격을 주기보단 부동산 시장 전반을 정상화한다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임대차 시장은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세금 중과, 민간공급 억제 등 각종 규제가 얽혀 정상적인 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구축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나 분양가상한제 대상 신규 주택 입주자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면 단기 매물을 유도할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 임대료를 제한하는 대신 세금을 완화해주면 세 부담 전가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신규 공급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이하는 올해 7월 말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시장에 나오면 ‘전월세 대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가 시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이 겪은 임대차 시장 혼란은 1년 8개월이면 족하다.



정순구 산업2부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