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황금삼족오’ 펴낸 김풍길씨 은퇴후 양만춘에 빠져… 19년간 집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선 먼저 고구려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양만춘(楊萬春·출생 및 사망 연도 미상)처럼 고구려를 대표하는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대하소설 ‘황금삼족오’(전 5권·나남)를 펴낸 김풍길 씨(82·사진)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645년 제1차 여당전쟁에서 당나라 태종에 맞선 안시성 성주 양만춘 장군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건 고구려 역사를 기록해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설 수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는 것.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은행을 다니다 한국금융연수원 법률교수가 된 그는 2000년 은퇴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고구려의 역사책을 탐독하다 양만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를 모두 찾아 읽었지만 정확하지 않은 기록이 많아 한계를 느꼈다.
소설은 양만춘이 구국영웅으로 성장한 뒤 당 태종과 고구려의 명운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린다. 고구려의 옛 땅에서 말 타고 활 쏘며 백성을 지키는 양만춘의 숨결이 생생한 문체를 통해 되살아난다. 소설을 집필하는 데는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걸렸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매일 6∼10시간씩 썼는데 우여곡절이야 많았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알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어요. 다민족을 끌어안고 통치한 고구려를 재현하려 한 양만춘의 시도가 젊은 사람들 가슴에 자긍심을 심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