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클래식 LP… 하루키 에세이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마라톤부터 맥주-야구-티셔츠까지… 하루키 ‘취미 에세이’에 독자들 열광… 비용 많이 안 드는데다 분야도 다양 ‘순수하게 즐기는’ 모습에 더 빠져… 소설 속 취미 찾는 숨바꼭질도 재미
독자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덕질을 좋아하는 건 그의 취향을 믿고 따르 기 때문이다. 그는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에서 “남이 내리 는 평가보다 나 자신의 귀를 신뢰한다. 혹은 취향을 우선으로 한다”며 자 신의 취미 생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IvanGimNinez-Tusquets Editores
에세이를 통해 ‘덕후’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드러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3)가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소장 중인 클래식 LP를 예찬하는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를 통해서다. 책은 23일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난해 5월 자신이 소장한 티셔츠를 주제로 한 에세이 ‘무라카미 T’(비채)로 서점가를 휩쓴 뒤 10개월 만에 덕후 하루키의 힘을 증명한 것.
하루키는 에세이를 통해 덕후의 면모를 한껏 보여준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2020년·문학사상)에선 위스키에 대한 예찬을 펼친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2006년·문학사상)와 ‘포트레이트 인 재즈’(2013년·문학사상)는 재즈 찬양기다. 그리스, 이탈리아 로마에서 3년을 보낸 이야기를 담은 ‘먼 북소리’(2004년·문학사상)엔 여행자의 모습이 담겼고, ‘장수 고양이의 비밀’(2019년·문학동네)에선 고양이 사랑이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년 마라톤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그는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문학사상 제공
하루키가 ‘성덕’(성공한 덕후)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위대한 개츠비’ 등 매료된 작품을 번역하는 모습에서 보상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향한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전 5권·2013년)를 포함해 하루키의 여러 작품을 번역한 김난주 씨는 “하루키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드러내기에 독자들은 그의 취향을 파고들게 된다”고 했다. 이 씨는 “남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주인공과 하루키를 유사하다고 여긴다”며 “하루키의 다양한 취미가 에세이와 소설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져 독자들이 퍼즐 맞추듯 이를 파악하는 재미도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