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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를수록 대출 한도 줄어… 주담대 7% 전망에 멀어지는 내 집 마련

입력 | 2022-03-31 08:31:0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2.3.29/뉴스1 © News1


#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직장인 A씨. 예비 배우자와 모아놓은 돈을 합하면 수도권에 아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연초부터 은행 영업점을 돌아다니며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 A씨는 최근 은행 영업점에서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그가 내야 할 원리금이 늘어난 탓에,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결혼식 예산도 빠듯한데, 현금을 어디서 구해와야 할지 막막하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집 장만을 계획 중인 이들의 일정도 틀어지게 됐다. 소득기준 대출 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내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31일 뉴스1 취재 결과 은행권의 전망대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내 7%에 도달할 경우 통계청 맞벌이 부부 평균 소득 기준으로 1월 대비 15%가량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 1월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차주별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 2억원을 넘는 차주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

연소득이 7700만원(통계청 2020년 맞벌이 신혼부부의 평균소득)이며 별도의 신용대출을 보유하지 않은 A 신혼부부를 예로 들면, 차주별 DSR 규제에 의해 이들이 지출할 수 있는 연간 원리금은 3080만원으로 제한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1월 5일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5.39%로, A부부가 연초에 받을 수 있었던 대출은 약 4억55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A 부부의 대출 한도는 최근 더 줄었다.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 29일 연 6.01%까지 올랐는데,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대출 한도는 4억2500만원이다. 3개월 만에 3000만원가량 한도가 줄어든 것이다.

주담대 금리가 연 7%까지 도달할 경우 이들 부부가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3억8500만원으로 감소한다. 1월초와 비교하면 대출 한도가 15.3% 줄어든다. 이마저도 지역에 따라 최대 40%(9억원 이하 주택)까지 허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울(LTV) 규제에 걸리면 한도가 더 깎일 수 있다.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가 연내 7%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6회까지 올릴 예정인데, 시장은 한국은행도 최대 세 차례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국고채 금리가 8.5bp(1bp=0.01%포인트) 하락했지만,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는 분석이 더 많다.

이에 따라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차주들의 계획엔 당분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현금을 급하게 끌어오는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가 부족한 고객들에겐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부터 상환하라고 추천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차주별 DSR을 포함해 금융당국이 시행했던 가계대출 규제를 손질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Δ생애 첫 주택 구입자 LTV 80% Δ지역 무관 LTV 70% 상향 공약 이행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차주별 DSR 적용 기준 ‘총 대출액 2억원’을 상향하거나, 규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최근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 중 상당수는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당선인이 대출 규제를 풀겠다고 했으니,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며 “담보대출 취급 규모도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