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게다가 의무 아닌 권고사항이다. 더구나 기존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층간소음 칼부림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사후확인제 도입 뉴스에 대한 인터넷 반응 댓글 중)
“바닥충격음의 한도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관련 규정이 시행되기 전 건축된 아파트라 하여도 바닥충격음이 수인한도를 넘는다면 배상 책임이 있다”(2008년 서울고등법원) [수인한도=환경권의 침해나 공해, 소음 따위가 발생하여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가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
국토교통부가 올해 8월 4일부터 아파트 완공 후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도입하고, 바닥 소음 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며칠 전 밝혔습니다.
바닥충격음의 기준은 경량충격음의 경우 현재 58㏈에서 49㏈로, 중량충격음은 50㏈에서 49㏈로 1㏈ 낮아집니다.
차단 성능 측정 방식도 바뀝니다. 현재는 타이어(7.3㎏)를 1m 높이로 들어 올렸다 떨어트리는 ‘뱅머신’ 방식입니다. 경량충격음 측정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중량충격음 측정은 배구공 크기의 공(2.5㎏)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볼’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층간소음 갈등이 없어질까요? 지금도 바닥공사 재료 검사 등에 대한 사전인정제도가 있습니다. 소음 발생 책임이 있는 건설업자에게 공사를 해주거나 공사비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기준이 너무 느슨한데다, 소음 정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법원 소송으로 가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시간 비용이 든다는 점입니다.
층간소음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층간소음 및 진동 차단시설 만큼은 처음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할 것입니다.
이번 제도변경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2019년 감사원 결과에 따라 국토부가 마지못해 내놓은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라는 혹평도 적지 않습니다.
층간소음문제 전문가인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이 층간소음의 저감에 효과가 일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 DB
문답 형식으로 이번 제도가 나오게 된 배경, 효과와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답: 지난달 국회에서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을 개정했다. 작년 6월에는 국토부가 사후확인제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멀리는 2019년 감사원 감사로 올라간다. 그 때 사전인정제도로 검증받은 191가구의 바닥충격음 측정 결과 184가구(96%)가 인정 받은 등급보다 낮게 나왔다. 114가구(60%)는 성능 최소 기준에 미달됐다. 충격적 결과였다. 그러나 국토부, 건설업자들만 모른 척 할 뿐이었지 층간소음은 이미 전 국민적 스트레스였다.
2013년 국민권익위가 인터넷으로 실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설문조사 결과, 79%가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며, 9%는 잦은 항의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자 가해자 할 것 없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말이다.
문: 왜 사전인정제도가 효과가 적었나
답: 바닥구조 재질, 소음차단 검사 결과에 대한 조작이 비일비재했다. 설계도에 따르지 않은 부실시공도 많았다. 감사원이 이를 적발한 것이다. 지역만 좋으면 일단은 분양이 잘 되니 건설 회사들도 비싼 돈 들여 분양가 올리는 재료를 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문:이번 제도 개선으로 층간소음 차단 효과가 있을까
답: 시공 단계에서 사용되는 재료를 검증하고, 준공 후에 다시 검증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시행된다면 일부 효과가 일부 있을 것이다. 기준도 강화했으니 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사업자가 완공 후 층간소음 차단 검사를 하고 국토부 산하 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고 했는데 건설회사들이 이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크게 달라진 게 검증 방식이다. 임팩트볼과 뱅머신은 어떻게 다른가.
답:임팩트볼의 충격음이 뱅머신에 비해 실제 체감 충격음과 비슷하다는 응답자가 많아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다르게 볼 측면도 있다. 2014년 11월 한 현장에서 동일 바닥을 임팩트볼과 뱅머신으로 측정했을 때 임팩트볼 측정에서 47dB, 뱅머신 측정에서 53dB로 측정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건설사들이 뱅머신과 임팩트볼을 선택해 측정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임팩트볼 채택을 채택했다. 그 말은 임팩트볼이 더 편한 기준이라는 말이다. 2015년 국토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임팩트볼 측정 방식이 뱅머신보다 평균 5.7dB 적게 나왔다.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건설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충격량이 적은 임팩트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적도 있다.
문:사후평가제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답:사후평가제도란 게 별다른 게 아니다. 현재도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로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사후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뀌는 사후평가제도에서도 소음등급 기준을 충족 못해도 보완시공을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의무가 아니기에 강제할 수 없음은 동일하다.
문:효과를 기대할 만한 부분은 없나
답: 2019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LH, SH의 16개단지 1만여 세대가 층간소음 기준을 초과했다. 그런데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본조사라는 이유로 입주민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개정에서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 받은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하도록’ 했다. 대형 건설회사일수록 이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이미 지어진 아파트에는 영향을 주는가
답:신규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기존 아파트와는 관계없다.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들은 다 지어진 후 측정 결과에 불합격 수치가 나오는 경우 입주 예정자들의 입주 거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그럼 아무리 층간소음이 심해도 건설업자들을 상대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는가
답:아주 드문 사례이긴 해도 입주민이 분양업자와 시공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긴 경우가 있다.
2003년 서울지방법원 판결이다. SH 아파트에 입주한 767세대가 1993년 입주 초기부터 위아랫층 화장실에서 변기를 사용하거나 급·배수를 하는 경우 인접 세대에 소리가 거의 그대로 전달돼 큰 불편을 겪는데 대하여 분양업자와 시공업자에게 하자보수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다.
법원이 해당 아파트 중 8세대를 표본으로 삼아 조사한 결과, 입주자들이 평소 화장실 사용이나 야간 숙면에 큰 방해를 받아왔고 이는 아파트 건축 구조상의 하자에 기인한 것이므로 분양업자는 입주자들에게 하자를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 상당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밖에도 몇 건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반인이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진행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법원의 원칙은 ‘아파트는 사회통념상 바닥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건축해 입주자가 다른 세대 또는 복도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의해 고통받지 않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과 성능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