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그리고 공존]현대제철
탄소중립은 인류의 지속가능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숙제이자 기업들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주요 화두다. 현대제철은 친환경 차량 강판 개발, 초고성능 극저온 액화천연가스(LNG)용 후판 개발, 친환경 연료인 우분(소의 배설물)으로 고로 연료 대체, CDQ(코크스 건식 소화설비) 설치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월 ‘1.5GPa MS(마르텐사이트) 강판’의 개발을 완료했다. 철은 다양한 미세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이 미세조직에 따라 철의 물성이 결정된다. 그중 마르텐사이트는 가장 강한 강도를 가진 미세조직으로 급속냉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현대제철이 개발한 1.5GPa MS 강판은 기존에 개발된 동일 규격 강판 대비 평탄도 및 내균열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으로, 강판의 평탄도가 저하되고 제품 사용 중 수소 침투로 인한 균열이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한 상품이다. 현대제철은 이 제품이 전기차의 배터리 케이스 및 범퍼, 루프사이드 보강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또한 9% Ni 후판을 개발했다. 이는 극저온 환경(영하 196도)에서도 충격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고 용접성능이 우수해 LNG 연료탱크 등에 사용되는 초고성능 강재다. LNG는 기존 선박용 디젤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장시설 내부를 영하 165도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 제한이 따른다.
또한 현대제철은 우분으로 고로 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 적용에 나섰다. 1t의 우분 고체연료를 활용하면 4t의 축산 폐기물이 재활용되면서 1.5t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환경적 효과와 더불어 수입원료 대체 등의 부수적 경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분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200만 t 정도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이 퇴비로 활용되며 연간 200만 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왔다. 우분을 제철소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은 그동안 우분의 수거, 고체연료 제조에 대한 문제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상용화가 지연됐으나 9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폐수슬러지는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폐수 처리 과정에서 나온 침전물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이 형석과 유사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 결과다.
현대제철은 삼성전자 등과의 연구개발을 통해 당진제철소에서 30t의 형석대체품을 사용하여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특히 형석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약 2만 t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하는데,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했으며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지던 폐수슬러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