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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보증금을 끼고 서울시 영등포구에 아파트를 구입했던 이모씨. 그는 올초 4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후 이사를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금리가 나날이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본인의 월급으로 저축을 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고민이 깊다.
# 자영업자 안모씨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해왔는데 최근 이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때만 해도 수익이 나서 이자를 손쉽게 갚았지만 요즘에는 수익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는 어떻게든 존버(힘든 상황을 버틴다는 뜻의 은어)할 계획이지만 이자는 큰 고민거리다.
은행권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그리면서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빚내서 투자)한 이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정기예금·적금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반갑기만 하다. 수신금리도 올라 매달 나오는 이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자만 갚다가 하우스 푸어 되면 어쩌죠?”
우크라이나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은행권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 6%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연 5%에 근접한 상황이다. 게다가 대출금리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 영끌·빚투족이 체감하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A씨(33)는 최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느라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주택 가격 조정 전망에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B씨 역시 “영끌로 4억원을 대출받아서 집을 샀는데 매월 이자가 100만원이 넘는다”며 “투자 개념으로 집을 샀는데 금리 인상으로 걱정이 돼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서울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구매한 이모씨(40·여). 그는 올해 초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준 후 이사를 했지만 통장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는 “전세금 5억4000만원을 세입자에게 주려고 4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며 “대출한파에도 다행히 대출은 받았지만 지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커진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 벼락거지 걱정에 투자 시작했던 빚투족 “후회 막심”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한 빚투족 역시 이자 부담이 상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안모씨(38)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수익률이 좋았고 금리도 낮아서 이자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며 “이자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이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금리가 더욱더 높아지면 이자 부담에 원금을 상환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 예금금리 인상에 이자수익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은 ‘방긋’
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자로 생활하고 있는 고령층은 수입이 다소 늘면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요 예금상품의 수신금리는 이날 기준 1.15~1.40% 수준이다. 지난해 9월30일 기준, 해당 상품의 수신금리가 0.65~0.90%였던 것과 비교하면 0.50%p 오른 상태다. 최근 우대금리가 대략 0.2~0.3%이기에 실제 이자수익은 더욱더 많아진다.
은퇴 후 예·적금 이자로 생활하고 있는 60대 남성 박모씨는 “금리 인상기라서 이자 수익이 예전보다는 많아졌다”며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른다고 하니 우리 같은 입장에선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