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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석 훼손범은 대학생…“등산객 허세에 화나서”

입력 | 2022-03-31 17:33:00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이 사라지고 남은 흔적. 남양주시청/뉴시스

수락산과 불암산의 정상 표지석을 훼손한 20대가 “내가 정상석을 세웠다”는 등산객들의 허세에 화가 나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이날 오전 7시 20분경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A 씨(20)를 검거해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수락산 주봉·도정봉·도솔봉·국사봉과 불암산 애기봉 등의 정상석을 고의로 훼손하고, 수락산 정상 인근의 안전로프 6개를 절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먼저 해발 637m 수락산 ‘기차바위’에 설치된 안전로프 6개를 톱으로 훼손했다. 이어 ‘수락산 주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을 쇠 지렛대로 훼손해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렸다. 수락산 국사봉·도솔봉·도정봉 비석도 잇달아 같은 수법으로 훼손했으며 나중엔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까지 건드렸다.

현재 국사봉의 정상석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석은 인근에서 모두 발견돼 지자체 등에 의해 원상복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도솔봉 정상에 있던 ‘수락산 도솔봉 540M’ 표지석은 지난 24일 노원구 직원들이 수락산 정상 70m 아래 숲 인근서 발견해 제자리에 돌려놨다. 동아일보DB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등산 중 다른 등산객들이 자기가 정상석을 세웠다는 둥 허세를 부리는 모습에 화가 나 그랬다”며 “무심코 정상석을 밀어봤는데 움직이길래 다음 등산 때 쇠 지렛대를 들고 올라 범행했다. 정상석을 아래로 굴렸더니 스트레스가 풀려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난해부터 집 근처 산에 다니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자신의 힘으로 무거운 비석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에 희열을 느껴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남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조사할 예정”이라며 “휴대전화 위치 확인과 포렌식 등을 통해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