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다양한 핵 도발을 강화하려 하겠지만 정세 주도권 확보, 신냉전 구도 형성 등 전략 목표 달성에는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31일 ‘북한의 ICBM 도발: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정학적 위기와 한국 권력 교체기에 북미 교착을 타개할 적기라는 판단 아래 ICBM 발사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또 “교착 국면이 구조화, 장기화될수록 북한의 전략적 공간은 점차 협소해졌다”며 북한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전략적 관심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려 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북한의 핵전략은 확증보복형 태세임이 유력하다. 이번 ICBM 발사 실험은 2차 타격 능력 확보가 필수인 북한의 핵전략 구축 과정”이라며 “도발을 통한 외교적 차원의 효용 또한 기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은 ICBM 실험이란 핵 강압을 통해 미국의 의지, 태도, 정책 변화를 적극 모색 중”이라며 “협상이 불만족스러우면 핵 능력을 더 고도화해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협상 게임을 하는 것이 이롭다고 평가 중”이라고 했다.
또 “위협적 안보 동맹 약화도 목적”이라며 “새롭게 출범하는 남한 새 정부와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쳐 한미일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최근 미국의 중러와 관계 악화를 활용해 대항 동맹 공고화 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내 정치적 목적도 고려했다”며 북한 내 3중고를 언급하고 최근 ‘미 제국주의’ 표현 재등장, 원색적 대남 비난을 조명하면서 “대내 정치적 효용을 기대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이번 도발을 공식적으로 화성 17형이라 강조한 점 때문”이라고 봤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ICBM 도발로 인해 북핵 정세는 교착이 더 공고화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교착 국면 장기화는 북한에 불리하다”며 군수 부문 가용 자원 부족, 재래식 전력 약화 가능성을 짚었다.
나아가 북한이 핵 도발을 적극 추진하겠으나 “고위력 추가 핵실험은 여건상 불가능에 가깝고 기술적으로 불필요하며, 전략적 차원의 부작용도 예상된다”며 “오히려 사전 탐지로 인한 선제타격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현실적 난관은 핵실험장 붕괴 가능성”이라면서 중규모 핵실험 후 결과 과장, 전술핵무기 실험, 임계전 핵실험, 대형 핵탄두 모형 제작 후 공개 등의 행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을 통한 상황 확전에 성공해도 목표한 만큼 정세 주도력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한국의 새 정부 또한 원칙 있는 힘을 통한 대응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도 내놓았다.
이어 “설사 북중러 삼국 협력이 단기간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협력의 지속 가능성과 공고화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쐐기전략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