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총서 지주형회사 가능성 언급… 콘텐츠-ICT 등 계열사 재조정할듯 밀리의 서재 등도 기업공개 검토… 박종욱 대표, ‘일신상 이유’ 사퇴
KT가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콘텐츠, 금융, 정보통신기술(ICT)·부동산 등 유사한 사업별로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구현모 KT 대표(사진)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 주주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해 묻자 지주형 회사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이를 통해 KT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지주형 회사의 구조와 관련해 구 대표는 “지난해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로 묶어 냈고 금융도 비씨카드를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T 측은 지주형 회사 구상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회사 조정, 본사 사업 분리 등을 통해 주요 사업 부문이 KT 본사를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약 40곳에 이르는 KT 직속 자회사가 몇 곳의 중간지주사 밑으로 재편돼 손자회사가 많아지는 형태 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올해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계획도 언급됐다. 구 대표는 “올해 IPO 준비 기업은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이며, 케이뱅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IPO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비씨카드 등을 포함한 몇몇 회사도 IPO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자회사의 IPO가 추진 중인 가운데 이날 KT는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 환원 방법을 다양화했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지만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박종욱 KT 대표는 이날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자진 사퇴했다. 올해 1월 박 대표가 안전보건 업무총괄(CSO)로 선임되면서 KT는 구현모 단독대표 체제에서 구현모 박종욱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박 대표가 스스로 물러난 데에는 국민연금과 일부 단체가 박 대표의 이른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문제 등을 들어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