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 ‘살고 싶은 섬’에 선정 방파제설치 등 단순 인프라 구축서 주민의 삶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원 활력 넘치는 섬으로 탈바꿈 기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으로 꼽히는 경남 통영 추도의 모습. 경남도는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으로 추도 등의 섬에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아래쪽 사진은 수령 500년인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추도 주민들은 후박나무가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경남도 제공
경남 통영항에서 21km 떨어져 뱃길로 1시간을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섬 추도. 면적 1.651km²로 한려수도의 섬 가운데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한다. 섬 모양이 자루가 긴 농기구 가래를 닮았다고 ‘가래섬’이라 부르던 것이 한자로 바뀌며 추도(楸島)가 됐다.
추도가 경남 고성군의 와도와 함께 경남도의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31일 선정됐다. 육지와 접근성이 좋고 풍광이 아름다워 관광자원으로 가치는 있지만, 섬 주민들의 교육·의료·복지·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자칫하면 무인도가 될 처지에 놓인 섬 가운데 추도와 와도를 우선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것. 그동안 방파제 설치 등 단순 인프라를 구축하는 섬 개발 정책에서 벗어나 섬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섬을 조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섬 개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게 경남도의 구상이다.
경남도는 올해부터 3년간 30억 원을 들여 추도 마을 창고를 주민들의 문화와 복지를 위한 공유센터로 만든다. 섬의 옛길과 등산로를 정비해 걷고 싶은 섬으로 만들고 빈집을 활용한 ‘섬 살이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추도에는 ‘희망봉’이라고 불리는 큰 산과 작은 산을 2개의 축으로 하는 대항, 미조, 샛개, 물개 마을이 터를 잡고 있다. 반달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흔들바위, 오지바위, 가마바위, 북바위, 수리바위 등 기암괴석은 비경을 이룬다. 수령 500년인 천연기념물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쉼터에서 보는 해돋이와 해넘이 풍경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다. 한때 이곳 주민은 1000명이 넘었지만 3월 말 현재 144명으로 줄었다. 전체 인구의 약 80%는 50세 이상 고령층이다. 겨울철 전국 최고의 물메기(꼼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수년간 어획량이 줄면서 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고성항에서 배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와도에는 1960년대까지 200여 명이 살았으나 현재는 10여 명만 살고 있다. 경남도는 와도를 쉼과 치유를 통한 ‘일상 회복 섬’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와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한 청정해역인 자란만에 있다. 편백과 대나무 숲 등 자연 관광자원을 보유한 섬으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와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마공원과 낙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 계획이다. 편백숲과 팽나무 군락지를 활용한 숲길과 쉼터, 치유센터도 만든다. 지역 특산물 판매점과 객실을 갖춘 방문자센터도 확충해 주민이 소득을 창출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게 경남도의 계획이다.
경남에는 모두 807개의 섬이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77개지만 이들 섬의 대부분이 추도, 와도와 비슷하다. 경남도는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매년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도 김제홍 해양수산국장은 “섬 주민의 화합과 생활 여건 개선은 물론이고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람이 살고 싶은 활력 넘치는 섬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