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높은 후지산은 해발 3776m로 맑은 날이면 100km 이상 떨어진 도쿄 도심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눈 덮인 산마루가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옛날부터 일본 예술의 원천이자 신앙의 대상이었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세 척의 배를 삼킬 듯한 거친 파도를 표현한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높은 파도 아래’는 19세기 우키요에(목판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원근법을 무시한 구도와 과감한 시선 처리로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교향곡 ‘바다’를 완성했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이 올해 당장 폭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후지산 주변에서 지진 등 징조가 잇따르고 있다는 건데 “무조건 달아나는 게 살길”이라는 조언까지 나왔다. 후지산은 지난 1200년 동안 11번, 100년에 한 번꼴로 폭발했다. 마지막 폭발은 1707년으로 300년이 넘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내부에 응축된 힘이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에는 전 세계 활화산의 7%에 해당하는 110개의 활화산이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진과 분화가 잇따르고 있다. 2014년에는 일본 본토 온타케산에서 대규모 수증기 폭발이 발생해 사망 57명, 실종 6명이라는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 가고시마현 사쿠라지마에서는 2013년 분연 높이가 5000m에 이르는 분화가 발생했다. 같은 해 도쿄 먼바다 오가사와라 제도에서는 해저 화산 폭발로 직경 200m, 해발 20m의 섬이 새로 생겼다.
▷한반도는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렇다고 화산 안전지대는 아니다. 1925년 마지막으로 분화한 백두산은 여전히 활화산이다. 고려 때인 946년 분화했을 때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6만 개가 한꺼번에 터진 에너지와 맞먹는 규모였다. 당시 뿜어져 나온 화산재는 동해를 건너 일본 쿠릴열도까지 날아갔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실험으로 백두산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배극인 논설위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