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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푸틴, ‘예스맨’에 둘러싸여 우크라 전황 엄청 오판”

입력 | 2022-04-01 03:00:00

푸틴-러軍 첩보 분석 결과 공개
“푸틴, 러軍 전황 등 잘못된 보고 받아”
우크라 협상 놓고 러 내부 충돌설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 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스(Yes)맨’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러시아군 전황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다고 미국 등 정보기관이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과 정보기관 지도부를 숙청하는 등 내부 동요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이 같은 첩보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오도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군 지도부 사이에 지속적인 긴장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공보국장은 “푸틴은 러시아군이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고 있고,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휘청거리는지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며 “고위 참모들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전쟁’이 러시아를 장기적으로 약화시키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적 실수였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얼마나 쇠퇴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정보기관 GCHQ 제러미 플레밍 국장도 이날 호주국립대(ANU) 연설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엄청나게(massively) 오판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무기가 부족하고 사기가 꺾여 군기가 엉망인 상태이며,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군수품을 일부러 파괴하는 군인도 있다”고 말했다. 또 “푸틴의 참모들이 작전 실패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등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푸틴 대통령의 ‘오판’이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는 첩보 분석 결과를 일제히 공개한 것은 러시아 내부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보 공개는) 푸틴 대통령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재검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두고 러시아 내부에서 충돌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협상단 수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제안을 ‘중대 양보’로 평가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은 돌파구를 전혀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