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비행모델 공개… 점검 막바지 이름 발표 후 5월까지 준비 마칠 듯 9차례 기동 거쳐 달 임무궤도 진입 2030년 발사할 탐사선 착륙지 탐색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 대형전자파시험 체임버에서 전자파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한국형 달 궤도선(KPLO)’. 회색 커버로 싸인 것이 안테나 접시로 안테나가 전개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에 설치된 전자파시험 체임버의 육중한 문이 열렸다. 3층짜리 건물만 한 체임버 내부에는 사각뿔 형태 스펀지 수만 개가 벽과 천장, 바닥에 잔뜩 깔려 있었다. 이 스펀지의 정체는 음파나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다. 체임버 한가운데로 8월 1일 발사를 앞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위용을 뽐냈다. 가로 1.82m, 세로 2.14m, 높이 2.29m로 소형차 크기에 무게가 678kg에 이르는 달 궤도선에는 팔을 쭉 뻗은 듯 4m에 이르는 긴 안테나가 붙어 있었다.
안테나는 KPLO가 달로 향하는 동안 지구로부터 명령을 받고 달에서 관측한 자료를 지구로 보낸다. 발사 때 접힌 상태로 우주로 올라간 뒤 펼쳐진다. 안테나가 전개된 KPLO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태윤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안테나가 작동하지 않으면 우주에서 길을 잃거나 관측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이날 작동시험은 중요하다”고 했다.
○ 막바지 전자파 시험 한창인 KPLO
이날 위성시험동에서는 안테나를 전개한 KPLO의 전자파 시험이 진행됐다. 장비나 시스템이 전자기 방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외부의 전자기 방해로부터 제대로 동작하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KPLO에는 인류가 보낸 달 궤도선 가운데 처음으로 광시야편광카메라인 ‘폴캠’이 실린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폴캠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인 편광을 활용해 달 표면의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의 입자 크기와 티타늄 분포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 성공 판가름하는 9번의 궤도 변경 기동 관제 시뮬레이션 7월까지 지속
이날 공개된 KPLO는 실제 모든 탑재체들을 장착한 비행모델(FM)이다. 달에 실제로 가는 탐사선이라는 뜻이다. 신현진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시험이 끝나고 태양전지판을 조립하면 높이 3.1m, 길이 6.3m 형태가 된다”며 “이후 KPLO가 기계적으로 잘 조립돼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정렬시험 등을 4월 중 완료하면 발사장으로 이동 전 모든 준비가 끝난다”고 말했다.
KPLO 관제실도 공개됐다. 한국 첫 달탐사선의 발사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뤄지는 핵심 시설이다. 관제실 안 대형 스크린에는 달의 모습과 달 궤도 관련 데이터들이 빼곡했다. KPLO 발사 때 관제부터 시작해 탑재체를 제공한 기관의 요청을 받아 데이터를 주고받고 처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곳이다.
발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관제실에서 특히 신경 쓰는 것은 궤도 변경 기동이다. KPLO는 연료를 아끼고자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인 달 궤도 전이 방식을 활용한다. 달 궤도 진입 전까지 총 9번의 기동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KPLO는 자칫 우주 미아 신세가 된다. 7월까지 매월 70명의 연구원이 발사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예정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KPLO의 성공은 누리호를 통한 독자 우주발사체 확보와 맞물려 한국 우주 기술 수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