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LP 레코드 책(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을 내셨군요. 한국 독서시장의 반응도 뜨겁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취향이 이미 브랜드’라는 선생의 클래식 사랑에 처음부터 호감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제 청춘의 시절, 선생의 단편들에 탐닉했고 많은 문장들을 핥아먹듯이 읽었습니다만 클래식 음악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뭐랄까, 음악이 상황에 흡수되기보다는 ‘뭔가 있는 듯이 보이기 위한’ 장식물처럼 생각되었었죠.
선생의 감상 레퍼토리가 방대하다는 사실은 소개하신 작품 제목들에서도 알 만했습니다. 처음엔 아연했습니다. ‘왜 스트라빈스키 중에서도 불새나 봄의 제전이 아니라 페트루슈카야?’ ‘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 3번을 빼놓고 4번이야?’라는 식이었죠. 그러다 선생의 ‘선입견 없는 음악듣기’를 느꼈습니다. 필수 레퍼토리 목록을 정해놓고 시작한 게 아니라, 우연히 손에 걸린 음반을 듣다가 마음에 들면 다른 연주를 사 모으고 했던, 긴 시간과 애정이 들어간 과정이었을 겁니다.
저도 평소 ‘듣는 귀가 스무 개면 들리는 감흥도 열 개’라고 주장해 온 만큼 각 연주에 대한 느낌이 똑같았을 수는 없습니다만, 무릎을 치며 공감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클렘페러는 정정당당한 인상의 브람스다. 그러나 따스함이라면…’ ‘브레인의 호른 연주가 퍼스널하다면 터크웰은 정조(正調)라고 할 만하다’ 등은 그 일부라고 하겠습니다. ‘볼트는 과연 ’경(Sir)‘ 칭호를 가진 지휘자답다. 한낮의 햇살이 흘러드는 살롱에서 홍차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듣고 싶은 걸’ 같은 무라카미표 표현들에도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덧붙여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추억담들, ‘박하우스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구 녹음 모노럴반은 중고가게에서 무려 50엔에 샀다. 가격표를 볼 때마다 죄송해서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하하….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