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이 난청의 경고 신호라는 점을 강조하며 5분 이상 이명이 지속될 경우 곧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2년 전 40대 중반 여성 진미선(가명) 씨가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진 씨는 한 달 동안 오른쪽 귀의 이명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썼지만 효과가 없어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명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난청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진 씨가 박 교수를 찾은 건 이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이명클리닉을 개설했으며 2012년에는 대한이과학회 산하에 이명 연구 분과를 개설해 분과장을 맡기도 했다. 이명과 난청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논문도 여럿 발표했다.
박 교수의 진단 결과도 같았다. “난청이 원인이 돼 이명이 나타났다.” 박 교수에 따르면 많은 난청 환자들이 진 씨처럼 이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왔다가 난청을 발견한다. 이명은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의 경고 신호인 셈이다.
● “노화에 따른 난청부터 이해해야”
이처럼 이명과 난청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노화성 난청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 귀는 크게 외이(바깥 귀), 중이(가운데 귀), 내이(속 귀)로 나눈다. 이 가운데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생긴 난청을 ‘전음성 난청’,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있는 내이가 제 기능을 못 해 생긴 난청을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섞인 난청은 혼합성 난청이다.
중년 이후에 생기는 난청은 주로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주로 노화로 청각 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긴다. 이 밖에 만성질환이나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돼 난청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큰 소음에 자주 노출됐을 때도 발생한다.
청력은 한꺼번에 손실되지 않는다. 대체로 처음에는 높은 주파수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점점 낮은 주파수대까지 들리지 않는다. 일부 주파수대를 빼면 대체로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말이 안 들리면 단지 잘못 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뭐라고?”라며 되묻는 일이 잦아진다면 난청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되물음이 난청의 대표적 전조 증상이다. 여기에 이명까지 시작됐다면 난청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
● “이명은 청력 손실에 대한 경고 신호”
이명은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신호다. 사실 이명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큼 흔하다. 귓속 혹은 머릿속이 울리는 현상이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가해서 생기는 소리가 아니다. 뇌가 만들어낸다. 청력에 문제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을 때도 이명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발생 횟수가 적고, 5분 이내로 끝난다. 이런 이명은 의학적으로 질병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5분 이상 이명이 지속된다면 하루에 1회만 나타나더라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이런 이명이 나타났다면 ‘급성 이명’으로 진단한다. 이명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력 손실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난청이 시작된다. 바로 이때 특정 음역대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되면서 뇌의 ‘이명 회로’가 작동한다. 박 교수는 “이명 자체가 청력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이명은 난청 치료를 빨리 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귀 마사지를 비롯해 이명 개선에 좋다고 알려진 방법들은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같은 경험이 뇌 안에 잠재해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이명 회로’가 작동하면서 이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명 환자가 부쩍 늘어난 게 이런 이유에서다.
● “이명 자가 진단, 이렇게 하라”
이명은 난청의 전조 증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병이다.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을 동반할 때가 많다. 따라서 청력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명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반대로 낮은 음역대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명 소리는 ‘웅~’ 하는 식의 낮은 음이 반복된다. 흔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혹은 엔진이 부릉대는 소리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귀가 먹먹한 느낌도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역대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면 이명 소리는 ‘쏴~’ ‘쉬~’ 하는 소리로 들린다. 근육 이상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이명의 경우에는 소리가 또 달라진다. 이때는 ‘딱딱’ ‘두두둑’ ‘지지직’ 등의 소리가 난다. 혈관 질환이 원인이 돼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는 또 ‘욱욱욱’ ‘쉭쉭쉭’ 하는 소리가 난다. 개방성 이관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숨소리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고통을 호소한다. 또한 귀가 먹먹한 느낌을 자주 호소한다.
이명과 난청 대비하려면…
둘째, 평소에 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는 것이다. 이 경우 귀지를 꺼내기보다는 외이염이나 중이염이 생길 우려가 크다. 게다가 귀지가 안쪽으로 더 밀려들어갈 수 있다. 귀지는 저절로 밖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셋째, 난청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하는 게 좋다. 또한 소염제, 항생제, 항암제 등 난청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투입했을 경우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게 좋다.
넷째, 치료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면 더 큰 청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명과 난청은 원인에 맞춰 치료 가능하다. 심지어 청력을 거의 잃어도 ‘인공와우’ 수술 등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