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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노모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칠 심담 이승련)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8·여)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자백과 딸 B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공소사실과 같은 구체적 범행이 실현됐다는 것이 진실한지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제기한 합리적 의심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사실오인을 단정해서 유죄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기초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자백이 맞다면 오히려 아들을 살해했다는 말을 법원이 믿지 않고 딸을 의심하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교도소에서 몇 년 복역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벌이나 고통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4월 21일 오전 0시 30분 이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딸 B씨와 말다툼을 했던 아들 C씨(50)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C씨와 말다툼을 한 뒤 오전 0시8분과 0시30분 사이에 이미 집을 떠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자백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가족 보호 등 여러 명목으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수건을 가지고 몸무게 102kg의 C씨를 목을 졸라 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시도할 수 있는 것인지, 또 실제 시도가 성공해 살해에 이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A씨는 범행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소주병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하거나 목을 조르는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얼버부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진술을 근거로 재구성한 범행 당시 C씨의 모습과 실제 쓰러져있던 C씨의 사진이 차이가 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사건 당시 쓰러진 C씨 주위에 소주병 파편이 치워져있었는데, A씨가 짧은 시간동안 소주병 조각을 치우고 바닥을 닦아낼 정신적 여유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현장을 떠나기 전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