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일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며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신주류로 떠오른 이재명계의 지원사격 속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86 운동권 그룹과 서울지역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파열음이 불거졌다. 이재명 전 후보를 대선에서 지지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경기지사 경선에 뛰어드는 등 ‘이심(李心)’이 작용하며 당 내홍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과 지지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드리기 위해서 주소를 서울 송파구로 옮겼다”면서 “오직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대선 패배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22일 만에 차출론에 힘입어 ‘컴백’한 것이다.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서울시장 추대를 바란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를 불식하고 반발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우상호 의원이 대선 총괄본부장으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부동산 폭등으로 돌아선 서울 민심도 여전히 냉랭하다. 지난 대선 서울에서 이재명 전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31만표(5%포인트) 차이로 졌다. 4·7 보궐선거의 89만표차 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해야하는 민주당에게는 불리한 형세다.
이에 중량급 인사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이재명계가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에 노골적으로 미는 모습도 나타났다. 앞서 7인회 좌장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전국 사찰을 돌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만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내 86 운동권 그룹과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송 전 대표 추대를 강력 비토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서울 지역구 의원 20여명은 의원총회 후 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에 시간을 두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찾자는 건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의 차출에 에둘러 부정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일각에선 86 주자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 대선경선에서 이 전 후보와 맞붙었던 이낙연 전 대표를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재선인 박용진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 나와 “차출 형식으로 다시 복귀하는 방식은 책임 있는 모습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친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는) 차출이 아니고 사실상 자출”이라고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전 후보로선 지방선거의 공로를 기반 삼아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해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거머쥐어야 비주류 딱지를 완전히 떼고 대권 재도전을 가시권에 둘 수 있다”며 “친문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기에 공천을 둘러싼 갈등의 골을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