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네 번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닻을 올린 지 2주일이 지났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이전이나 인사권 충돌,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신경전 등 정무 이슈들이 부각된 탓이 크다. 그동안은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기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 정부의 산파 역할을 하는 인수위 본연의 활동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인수위 스스로 이런저런 논란을 자초했다.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가 단적인 예다. 물러가는 법무부 장관이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 관련 공약을 대놓고 반대한 것은 적절치 못했지만 “무례” “분노” 등의 용어를 써가며 당일 업무보고 일정을 중단한 것 역시 ‘군기 잡기’ 논란의 빌미가 됐다. 대선 사전투표 혼선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간담회를 요청했다가 선관위가 “전례가 없다”고 응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인수위 인선 및 해촉을 놓고도 잡음이 일었다.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에 위촉됐다가 하루도 안 돼 물러났다. 김 총장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은 국민의힘 측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국민통합’이란 말은 왜 썼나 싶다. 앞서 과학기술분과 실무위원으로 임명됐다 해촉된 인사가 “인수위를 누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은 채 40일도 남지 않았다. 개문발차(開門發車) 우려가 나와선 안 된다. 집무실 용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차근차근 추진하면 된다. 그보다는 경제 안보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와 실행 플랜이 착착 제시돼야 한다. 누가 봐도 실력 있는 인물의 발탁이 관건이다. 윤 당선인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고 국민의 이익”이라고 했다. 방향은 맞다. 정신 바짝 차리고 그에 걸맞은 청사진을 내놔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